리경성씨의 송환

북측 어선 대두 8003호의 기관장 리경성씨(32)가 본인 의사대로 어제 오후 4시 판문점을 통해 돌아갔다. 이 목선으로 일가족 등이 귀순한 순종식씨(69)의 아들이며 선장인 순룡범씨(45) 등에 의해 40여시간동안 손발이 결박 당한채 강제 피랍된 그의 의사를 존중해 송환한 것은 인도주의정신에 비추어 당연하다. 남한 체류 3박4일동안 한결같이 돌아가고자 한 의사를 굽히지 않은 것은 가족 때문인 것으로 전한다. ‘부모처자가 있고 태어난 곳이기 때문에 가야하므로 남한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

평소 어로작업중 시청한 KBS-1TV 방송을 보고 남한을 너무 잘 사는 것으로 묘사한 것 같아 믿지 못했다는 그다. 비록 짧은 시일이지만 남한에서 직접 보고들은 바가 있어 믿기 어려웠던 것을 어느정도는 믿게 됐을 터이지만 그는 끝내 돌아갔다. 리씨의 귀환 집념은 무슨 이념적 사상보다는 오직 가족사랑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노부모와 결혼한지 이제 2년된 아내, 그리고 한살짜리 딸을 못잊어 한 그의 가족사랑 또한 인도주의 심경으로 보아져 살만하다.

리경성씨는 30대 초반이다. 타의든 어떻든 남한에 오고도 굳이 귀환을 고집한 그같은 북한 젊은이들이 있는것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물론 전에도 있긴 있었다. 표류해 온 북측 주민을 본인 의사에 따라 돌려 보내곤 하였다. 하지만 이번 리씨같은 경우는 좀 다르다. 그대로 정착할만 한데도 초지일관하여 귀환을 희망했다.

이미 송환결정이 난 즈음에 북측 조선적십자회는 우리측 보도로 리씨의 귀환 의사를 알고 전화통지문을 통해 송환을 요구해 왔다. “지난 19일 배를 타고 남측에 간 사람들속에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간 기관장 리경성이 있다”며 “본인 의사대로 인도적 견지에서 부모처자가 있는 우리의 품으로 무조건 돌려보낼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같은 북측 적십자회의 요구가 아니더라도 송환됐을 리씨를 보면서 북측에 강제 억류로 정착한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을 생각한다. 북측이 인도주의를 말한다면 이들에 대해 북한당국이 취할 최소한의 인도주의 조치가 무엇인가도 알아야 할 것이다.

리경성씨의 송환으로 순씨등 일가족이 배를 이용한 집단 귀순사건은 별 탈없이 일단 마무리되는 것 같다. 앞으로 타고온 목선만 돌려줄 것을 요구할 경우 돌려주면 그만이다. 북측이 이에 트집을 잡지 않는 것은 저들 자신이 쌀지원과 경협 등에 분위기를 깨고싶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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