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항 분리와 명칭문제를 놓고 충남 당진군과 평택시가 벌이고 있는 끝없는 공방이 시민단체들의 반발로 번지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최근 해양수산부가 평택시와 당진군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항만명칭변경과 관련된 회의에서 해수부가 현재의 평택항을 분리하는 방안과 평택·당진항으로 명칭을 공동 사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평택 시민들의 반발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날 해수부는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제시한 방안에 대해 양측 시·군 관계자들이 반발하자 본안은 결정안이 아니라며 중앙항만정책심의로 떠넘긴 상태여서 향후 중앙항만정책심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시민들은 이같은 해수부의 제시방안이 정치권으로 휘말리면서 불거진 것일뿐 국책사업으로 벌이고 있는 평택항 활성화와 양 자치단체 활성화에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해에도 명칭변경문제를 놓고 양 자치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해수부는 중앙항만정책심의를 개최했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해수부가 양 자치단체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면 중앙항만정책심의에서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명칭변경안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당초 포승지역 개발을 중심으로 수립된 ‘평택항 종합개발기본계획’에 대해 당진군은 재고를 요구했었다.
해수부는 그러나 이 문제가 집단민원 및 정치쟁점으로 비화되자 당진군의 주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려는 방향으로 전환, 평택시민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었다.
해수부는 지난해초 당진군이 평택항 분리를 요구하자 같은해 3월19일 인천해수청에서 회의를 열고 입지여건 및 항만관리 등 국가 전체적인 측면에서 검토한 뒤 “행정구역 경계에 따라 항만을 분리할 수 없다”며 당진군의 주장을 일축해 왔다.
그러나 충남도와 당진군의 정치적 이슈 및 물리적 행사가 거듭되면서 해수부는 중심을 잃고 지난해 8월과 10월등 2차례에 걸쳐 평택시 및 당진군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평택항 분리문제에 대한 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2차례에 걸친 이날 회의에서 평택시와 당진군간의 이해관계 상충에 따른 이견이 표출되자 주관 부서인 해수부 항만정책과는 분리여부 자체 결정이 곤란하다며 중앙항만정책심의회에 상정, 분리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당진군은 중앙항만정책심의회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평택시가 당진쪽을 포함, 항만전체를 평택항으로 지칭하는 건 자치단체 침해 사항”이라고 전제한 뒤 “평택항이 자생력을 갖추고 난 뒤 분리논의가 거론돼야 한다는 해수부의 주장은 현재로선 의미가 없고 당진도 개발소요가 많아 발전전망이 높은데도 항만개발이 평택측으로 치우쳐 당진 군민들이 많은 소외감을 갖고 있다”며 해수부가 당진항을 분리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평택시는 당진군 주장에 대해 “평택항은 아산만권 전체를 지원할 국가기반시설로 분리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에 계류중인 충남 당진과의 경계분쟁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분리지정에 대한 논의는 시기 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평택시는 “평택항이 국제항으로 발전 및 활성화되기 위해선 관세자유지역 지정이 필수적이나 당진항 분리시 지정요건중의 하나인 1천만t 이상의 하역능력 확보가 어려워 진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항로관리상 불법 어로를 비롯한 환경오염, 해난사고 발생시 책임소재가 불명확해 경계문제로 인한 행정처리의 비생산성이 초래될 수 있으며 평택항 기항 선박에 우선권을 부여하면 선박충돌 등 대형사고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게 평택시의 주장이다.
평택시 관계자는 “평택항 분리의 파급효과가 유사한 부산신항, 광양항, 마산항, 인천 남외항 등 전국적으로 비화될 수 있으므로 국가차원의 책임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진시 관계자는 “평택시가 주장하는 경쟁력 저하 등의 문제는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수출입업체 관계자는 “경기도와 평택시가 중국을 비롯한 세계적인 항만도시를 대상으로 포트세일을 전개해 왔는데 항만분리시 각종 홍보물에 대한 재수정 배포 등으로 인한 국제적 신뢰 실추와 항세 약화에 따른 외국투자자의 평택항 기피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평택항 활성화에 큰 손실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평택항 선사 관계자는 “당진항 분리시 출장소 정도의 기구·인력·시설 확보는 필연적으로 VTS(선박교통통제) 추가설치 및 유도선 추가확보, 준설토 투기장 설치문 등 항만규모에 부적합한 시설을 추가로 확보하게 돼 행정력과 예산 낭비만 초래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평택시와 당진군이 서로 엇갈린 주장으로 팽배히 맞서고 있어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중앙항만정책심의회에서 신중한 결정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평택항 분리문제와 관련, 평택시는 중앙항만정책심의회 위원들에게 올해와 내년은 그 어느 때보다 국론을 모으고 단합이 필요한 시기로 항만분리를 논의하기에는 적절치 못하다는 건의서를 제출했다.
시는 건의서에서 “사소한 지역이기주의가 국가 통치사항에 손상을 입히지 않도록 평택항의 분리지정문제는 전문기관의 연구·조사 등 심층적인 검토가 필요한만큼 많은 시간을 갖고 대화와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손학규 경기지사는 지난 23일 김호식 해수부장관을 만나 “평택항을 분리하는 것은 경쟁력을 잃는 일이며 국가경쟁력 확보차원에서도 분리를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 김 장관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택=김덕현·최해영기자 hychoi@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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