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총리인준 부결

장대환 국무총리 지명자에 대한 국회인준 표결이 어제 151표 대 112표의 압도적 표차로 부결됐다. 민주당내에서도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로써 김대중 대통령은 두 지명자에 대해 연속 인준 거부를 당한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장대환 지명자는 청문회에서도 충분히 해명될 수 없었던 부동산 투기, 특혜 대출, 정경유착 의혹 등 도덕성 수준 이상의 많은 흠집이 노출됐다. 국정 수행 능력 또한 의심스런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는 것이 객관적 판단이었다. 이미 한국여성단체연합, 경실련, 참여연대 등 많은 시민단체들이 인준반대 의견을 개진했었다.

대통령이 만약 한나라당의 반대를 정략으로만 보아서는 민심의 심각성을 아직도 모르는 것 밖에 안된다. 연이은 인준 부결의 책임을 국회에 돌리는 것도 부당하다. 공백을 이유로 부적절한 사람을 아무나 덮어놓고 인준하는 건 국회 소임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두번이나 부결될만큼 거푸 적절치 않은 인사를 지명한 스스로의 잘못을 먼저 알아야 한다. 총리공백의 책임은 그 누구도 아닌 대통령 자신의 것임을 성찰해야 하는 것이다. 사태를 수습하는 것 역시 대통령의 책임이다. 우선 위헌의 소지가 거론된 총리서리를 더 고집하기 보다는 정부조직법의 국무위원 서열에 따른 총리대행 체제로 가는 것이 순리다. 그렇지 않고 또다른 지명자 물색을 구실로 가뜩이나 50일 가까이 공백된 총리직을 더 오래 비워둔다면 국민이 보기에 오기로 비칠 수가 있다.

청와대측은 총리인준 부결은 국가신인도를 떨어트린다고 했다. 국정혼란이 우려된다고도 했다. 그렇다해도 이 또한 자업자득이다. 청와대가 풀어야할 과제인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정치권이 총리인준 부결을 당리당략으로 이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자 한다.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당내 성토같은 건 객관적 의미가 없다. 부결은 지도부가 누구이든 이미 지도부 역량의 한계를 넘어선 일이기 때문이다. 정기국회 정상화 대비를 위해선 민주당의 병풍공세, 한나라당의 탄핵공세가 자제돼야 한다고 보아온 우리는 또 서로 감정적 대응수위가 고조되지 않기를 바란다.

헌정사상 초유의 불행한 이 사태가 객관성있는 대통령의 새로운 지명이 가급적 빨리 이루어져 안정되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청와대나 정치권이나 모두 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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