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을 강타한 태풍 ‘루사’로 인해 농촌이 대재앙속에서 허덕이고 있는데 농사용전기료 인상문제가 아직도 제기되고 있다니 딱하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산업자원부의 용역을 받아 마련한 ‘전기요금체계 개편방안’은 시의도 적절치 못할 뿐 아니라 그러잖아도 팽배한 농촌의 불만을 가중시키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상,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중국산 마늘 파문 등으로 농업·농촌의 여건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그나마 농업인들에게 주어지던 혜택마저 없애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농업부문에 대한 무차별적인 시장경제 원리의 적용은 농업과 농촌의 설 자리를 잃게하는 것으로 이번 개편안은 신중히 처리해야 옳다.
만일 이번에 발표된 방안대로 시행된다면 농업인들의 영농비용이 크게 증가해 농업의 경쟁력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게 분명하다. 농사용 요금은 농업의 진흥을 위해 설정된 것인데 이를 단순히 시장원리에 맞추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 전기요금 인상은 농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수적인 유통시설에 대한 비용 증가를 가져와 유통 선진화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특히 농사용요금사용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병종(밭작물·축산·양어장)이 농사용 적용대상에 제외됨으로써 농업인들의 부담은 더욱 크게 증가할 것이다.
또 산업용이지만 농사용 병으로 특례적용을 받아온 저온저장고와 미곡종합처리장 건조시설의 경우 운영비 가운데 전기요금의 비중이 20∼50%로 커 관련업계의 피해가 크다. 농산물 과잉시대를 맞아 저온저장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는데 저온저장고가 농사용으로 적용받지 않으면 저장업계의 도산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그 피해는 생산농업인은 물론 물가상승으로 결국소비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주택용 요금의 누진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전력 소비량이 적을 경우에는 오히려 요금 증가를 가져와 결과적으로 전력소비가 적은 농업인 등 저소득층에게는 불이익이 될 수도 있다. 또 지역별 차등요금제도 농촌지역의 경우 배전회사들이 공급을 기피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높은 요금을 부담할 우려가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오는 2009년까지 요금을 매년 10%씩 단계적으로 인상한다는 ‘전기요금체계 개편방안’은 타당치 못하다. 전체 농가가 2배이상 늘어난 추가 영농비를 부담하게 되므로 400만 농업인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계획은 백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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