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O의 번복
白山
지난 8월 국제수로기구(IHO)에서 한국과 일본의 별도 합의가 있을 때까지 동해지역에 대해 명칭표기를 않기로 결정한데는 김신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의 기여가 절대적이었다. 이는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거나 아니면 표기없이 일본해 삭제를 일단 이끌어낸 것으로 동해 명칭찾기에 절반의 성공이었던 것이다.
IHO의 결정은 1615년에 제작된 것으로 포르투갈 코인부라대학 도서관에서 발견된 지도에 동해를 ‘Mar coria’(한국해), 또 1440년께 이탈리아 수도사가 쓴 ‘몽골견문기’의 세계지도에 ‘동해’라고 표기된 옛날 지도 등 고문헌을 바탕으로 했다. 김 교수는 이같은 고문헌 수십점을 수집키 위해 지난 25년동안 세계적인 유명 도서관 등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뒤졌다. 그리고 ‘논란이 되는 영토 표기는 병기를 원칙으로 한다’는 1974년의 IHO결의를 근거로 IHO사무국에 고문헌을 제출, 시정을 촉구한 것이 지난 2월이었다. 그러니까 지난 8월 IHO의 결정으로 절반의 성공을 하기까지는 김 교수가 주역이었고 정부는 조역에 불과했던 것이다.
마땅히 오는 11월말 최종적으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국내에 ‘일본해 표기삭제를 철회한다’는 지난 19일의 돌연한 IHO 번복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같은 소식이었다. 이로써 동해를 둘러싼 한·일 두나라의 표기분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을 뿐만 아니라 되레 불리한 입장이 됐다. 정부는 뒤늦게 IHO에 강력한 항의를 제기하고 나섰으나 이미 버스 지난 뒤에 손드는 꼴로 사후약방문이다. IHO의 석연치 않은 번복도 문제이지만 정부 처사가 더 큰 문제다. 일본측의 큰 로비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그럼 일본이 로비를 펼동안 정부는 뭘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넋놓고 가만히 앉아 있다가 뒤통수 얻어 맞고 나서 하는 말은 소용없는 것이 냉엄한
국제사회다.
동해는 우리 영토의 집 마당이다. 집 마당이 남의 나라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일종의 주권 침해다. 일본해란 일제통치의 산물로 이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일본의 의도는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식민지 지배의 사고(思考)다. 국제사회에서 실로 창피하기가 이를데 없다. 뜻있는 백성(百姓)이 앞장서 간신히 되찾게 된 동해 명칭을 멍청하게 대처하다가 놓친 책임을 정부는 어떻게 질 것인 지 묻는다. 도대체 정신을 어디다 팔고 있길래 하는 일마다 이 모양인지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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