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안개속 난타전’

‘라이온킹’ 이승엽(삼성)의 독주로 싱겁게 끝날것 같던 2002 삼성증권배 프로야구 홈런왕 경쟁이 페르난데스(SK)와 심정수(현대)의 방망이에 다시 불이 붙으며 혼미속으로 빠져들었다.

8월말까지만해도 이승엽이 39개로 일찌감치 홈런왕 자리를 예약하는 듯 했으나 당시 31개로 공동 3위에 올라있던 심정수와 페르난데스가 9월들어 무서운 페이스로 치고 올라오면서 다시 안개속으로 몰아넣었다.

페르난데스가 추석연휴 3일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며 이승엽의 턱밑까지 쫓아올라가자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이승엽이 24일 현대전과 25일 롯데전에서 연속 아치를 그려 역시 이틀 연속 홈런을 친 심정수와 페르난데스(이상 41개)에 3개차로 앞서 나갔다.

이승엽-페르난데스 양자구도로 흐르던 홈런경쟁은 3파전으로 가속도를 붙였다.

이승엽으로서는 지난 98년 ‘흑곰’ 우즈(두산)에게 시즌 막판 추격을 허용해 홈런왕을 뺏겼던 악몽을 떠오르게 하고있다.

하지만 올해는 일단 용병 타자에게 홈런왕을 양보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승엽이 15경기를 남겨놓은 반면 페르난데스는 잔여경기가 6경기에 불과해 올시즌 평균인 3경기당 1개 꼴로 넘긴다고 가정해도 남은 경기에서 많아야 43호에 그쳐 이변이 없는한 역전은 불가능하기 때문.

오히려 이승엽의 통산 4번째 홈런왕을 위협하는 경쟁자는 11경기를 남겨둔 심정수.

더욱이 7월에만 10개의 홈런을 날린 것에서 보듯 몰아치기에 능한 심정수가 9월들어서도 22경기에서 9개를 기록하고 있어 지금의 추세라면 남은 경기에 4∼5개의 홈런을 더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심정수는 아직 팀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한 상태가 아니어서 정규리그 선두를 달리는 이승엽보다는 개인 성적에 연연할 상황이 아니지만 주전들의 부상으로 팀 전력이 약화된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큰 것 한방을 노릴 가능성도 높다.

남은 경기에서 몰아치기에 능한 심정수가 홈런왕 경쟁의 대역전극을 펼칠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민수기자 jms@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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