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단역배우

외국인 단역배우

淸河

한국인과 결혼한 프랑스 출신 이다도시와 미국 출신 로버트 할리, 이탈리아 청년 브루노가 한때 국내 브라운관을 누비며 인기를 끌었다. 얼마전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친 외국인은 나이지리아에서 온 티모시 어추바씨다. 무역업을 하러 한국에 왔다는 그는 능수능란한 우리말을 구사하며 KBS ‘세상의 아침’의 리포터로 활약중이다. 러시아 유학생 B씨는 KBS

‘명성황후’에서 ‘러시아공사’역으로 고정 출연했고 MBC ‘서프라이즈’의 ‘링컨 대 케네디’편에서 링컨대통령으로 등장해 얼굴을 알렸다.이 코너에서 케네디 대통령역으로 출연한 외국인 역시 국내 모 대학원에 재학중인 불가리아 유학생이다.

이렇게 외국인 엑스트라의 출연이 늘고 있는 것은 방송사마다 MBC ‘타임머신’ ‘신비한 TV 서프라이즈’, SBS의 ‘깜짝 스토리랜드’등 7∼8개의 재연 프로그램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내 뿐 아니라 외국의 신기한 사건·사고의 재연을 소재로 삼다보니까 외국인 단역배우가 이들 프로그램의 단골손님이 됐다. 이들의 출연은 프로그램의 현실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방송사들이 선호한다. 따라서 단역배우 활동은 한국에서 어렵게 유학생활을 하는 외국인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아르바이트로 각광받고 있다. 돈도 벌고 다양한 한국 체험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유학생들끼리 프로그램 정보를 교환하는가 하면 배역에 맞는 사람을 서로 추천해 주기도 한다. 외국인들을 각 방송사에 알선하는 업체까지 등장, 3∼4곳이 성업중이다. 출연료는 배역과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3∼4시간에 8만∼10만원선이다. 브루노의 경우 두시간짜리 쇼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고 70만원까지 받았다.

문제는 이들 활동의 상당수가 ‘불법’이라는 점이다. 티모시나 브루노처럼 전문업체와 고용계약을 맺고 국내에서 연예활동이 가능한 ‘E-6’비자를 발급받아 활동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유학비자나 관광비자를 발급받아 한국에 들어온 외국인들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사전허가없이 방송사에서 단역 배우로 활동할 수 없게 돼 있다. 전문적 알선 업체가 악덕행위만 하지 않는다면 외국 유학생들에게 한국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는 것 같은데 ‘불법’이라는 것이다. 방송사 역시 이들 출연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한다. 그 누구도 법을 무시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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