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놈’이란 조물주가 창조한 인체의 세부 설계도를 분석한 지도다. 또 유전자(DNA)는 생물체 개개의 유전 형질을 발현시키는 근원으로 생식세포를 통해 전달된다. 근년엔 인공합성에 성공했다. 인간과 쥐의 유전자가 80%나 같은 것으로 밝혀졌다는 영국 생거연구소와 미국 화이트 헤드연구소의 연구발표가 보도됐었다. 같은 유전자가 80%이고 서로 대응되는 비슷한 유전자를 치면 무려 99%에 이른다.
인간과 쥐의 게놈을 분석한 결과가 이렇다는 것이다. 쥐아기가 생각난다. 1999년 2월이다. 수컷 쥐의 불알에 불임남성 인간의 미성숙 정자세포를 주입시켜 5개월만에 성숙된 인간의 정자를 채취하는 실험이 성공됐었다. 일본 돗토리대학 의학부 연구팀이 이런 짓을 했다. 일본 산부인과학회는 이렇게 추출된 정자를 여성에 임신시키는 실험을 계속해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연구팀의 허가요청을 물론 거부했다. 동물과 인간의 경계가 불분명해지고, 쥐로부터 치명적인 질병을 옮을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인간과 쥐의 유전자가 거의 같다니까 생각되는 게 또 있다. 체온이 소는 38.5도, 돼지는 40도인데 비해 쥐는 사람과 같은 36.5도를 유지한다. ‘모든 생물은 환경에 적응하면서 저급의 것으로부터 고급의 것으로 진화하며, 생존경쟁에 적응하는 것만이 존속한다’는 유력한 학설이 있다. 1859년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발표한 체계화된 이론이다. 다윈은 사람도 역시 원숭이와 같은 기원이라는 설을 주장했다. 그런데 이번 영·미 연구팀이 낸 인간과 쥐의 유전자 동일설에 의하면 인간의 기원이 원숭이도 아닌 쥐와 함께 한다는 얘기가 된다. 즉 7천500만년 전 공룡이 멸망하기 직전, 인간과 쥐는 공통의 포유류 조상에서 서로 다른 진화의 길을 걸어 왔다는 것이다.
참으로 두렵다. 존엄한 유전자를 인공합성으로 인위적 생명체 창조의 길을 열었다고 야단이고, 쥐에서 키운 정자를 여성에게 옮겨 불임을 치유할 수 있다며 야단이고, 게놈 해독, 그리고 인간과 쥐의 유전자 동일발견으로 난치병 연구에 큰 도움이 되게 됐다고 야단들이다. 하지만 걱정된다. 쥐아기가 무슨 의미가 있으며, 그렇게 해가며 오래오래 사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를 생각해 본다. 조물주의 섭리를 거역하려 드는 인간의 오만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 들일 것만 같다. 과학문명의 발달이 무섭기만 하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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