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가 살고 있는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곳, 천연기념물인 소쩍새, 황조롱이, 물총새와 딱따구리 등 10만여종의 야생식물이 어우려져 살고 있는 수도권의 명산을 아시나요’
1일 오전 10시께 청계산 이수봉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초입인 성남시 금토동. 청계산 녹지보전을 위한 주민대책위원회(http://myclub-www.korea.com/chunggye) 공동대표인 권순홍씨(53)와 회원 등 10여명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 등산객들에게 청계산을 살려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이들 뒤편 청계산 일대에는 ‘야생화 천국 청계산을 지키자’‘생태파괴 혈세낭비 국방부는 도하부대 이전계획 철회하라’‘1개동에 군부대 네곳에 웬말이냐 군부대 전입 즉각 철회하라’등의 플랜카드가 곳곳에 내걸려 있다.
권순홍씨는 “군부대가 들어서려는 청계산은 훼손되지 않은 명산으로 천혜의 생태계와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있다”며 “보존가치가 높은 이 지역에 군부대가 들어서면 자연생태계가 크게 훼손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청계산을 등산하던 채성일씨(47·서울시 서초구 방배동)는 “매주 청계산을 찾고 있지만 도심 근교에서 이처럼 공기좋고 물맑은 곳이 없다. 이런 곳을 파헤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청계산을 살리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는 주민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금토동 주민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고 사는 전형적인 농촌마을로 처음부터 환경운동가는 아니었다.
그러나 국방부가 지난 98년 육군 도하 부대가 청계산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삶의 터전을 잃는데다 수려한 청계산이 파헤쳐지는 것을 방관할 수만은 없었다.
이때부터 주민들이 국방부를 상대로 청계산 살리기 운동에 적극 나서게 됐다.
농사를 짓는터라 시간을 낸다는 것이 어려웠지만 전 주민이 하나가 돼 청계산을 보전해야 한다고 목청껏 외쳤다.
이들의 환경운동이 알려지면서 성남시를 비롯해 시민단체들이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결성, 100만인 서명운동 등을 펼쳤으며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국방부는 당초 부지 면적 87만1천여㎡에서 65만4천900㎡로 축소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대책위 유계준 사무국장은 “군부대가 들어서면 자연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방부를 상대로 한 도하부대 이전 승인 취소청구 1차소송에서는 패소했지만 오는 4일 열리는 항소심에서는 주민들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올들어서는 환경운동연합 등과 함께 국방부에 항의메일 보내기 운동도 함께 펼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국방부는 회원으로 등록해야만 이메일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신분 등이 그대로 노출돼 어려운점이 있다.
하지만 청계산을 사랑하는 시민들은 자신들에게 어떤 불이익이 올지 모르면서도 항의메일을 보내고 있다.
국방부에 메일을 보낸 한 네티즌은 “서울 및 수도권에 대한 무계획적인 막개발과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가 국제적인 오염도시 서울의 공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는데 이제 얼마남지 않은 자연생태계를 지키는 것은 전국민의 의무”라며 “육군 도하부대의 금토동 이전을 반대하고 국방부와 육군본부는 도하부대의 금토동 이전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항의메일을 보냈다.
금토동 주민들은 변함없이 형형색색의 야생화 군락으로 봄·여름이면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청계산을 지키고 있다.
/글 정근호·박노훈기자 사진 강종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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