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반월공단에서 열심히 근무해 모은 돈으로 고국에 돌아가 팜농장을 운영할 생각입니다. 그래서 올 설날은 한국에서 마지막이면서도 뜻깊은 명절입니다”
15일 오후 5시께 안산시 원곡동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국경 없는 마을’입구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산업연수생 모라메드 알리씨(27)는 보름 앞둔 설날을 맞아 열릴 아시아거리축제를 준비하느라 바쁜 표정이 역력했지만 즐거운 모습이었다.
아시아거리축제는 이곳에 거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돌보고 있는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가 원곡동 주민공동체와 공동으로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준비하는 행사.
“외국인 근로자들이 잠시 고향을 잊고 자신들의 나라의 전통문화를 보여주는 이벤트입니다 그야말로 아시아들인의 퍼포먼스가 연출될 겁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박천응 목사(41)도 이들의 축제를 같이 도와 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현재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대략 1천500여명. 지난 80년대초 반월공단 조성과 함께 모여 들어 불야성을 이뤘던 이 일대는 IMF한파 등의 여파로 침체됐던 상권이 되살아나고 있다.
그래서 비록 매달 100만원을 밑도는 급여(일당)로 어렵게 살고 있지만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거나 저축을 하며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이들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입국, 그동안 막노동 현장에서 고생도 많이 했지만 나름대로 어려움을 서로 나누며 토닥거려주는 이웃이 된 지 이미 오래됐다.
주민 박모씨(47·여·부녀회장·안산시 원곡동)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성실하고 착하게 지내고 있다”며 “자신들이 먼저 마음의 빗장을 열고 있어 이젠 아주 편안한 친구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도 이들을 정겨운 이웃으로 받아 들인 지 오래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는 이들을 돕기 위해 창업협동조합과 매월 둘째 및 넷째 일요일 등마다 이들을 위한 금융기관인 ‘국경없는은행’도 운영하고 있다.
또 방글라데시 출신 근로자 40명은 박 목사의 도움으로 노동조합을 결성,운영중이다.
들은 3년 후 고향에 돌아가 음료수 생산공장을 창업할 계획이다
방글라데시인 엠 가든씨(28)는“ 40명이 주주가 돼 음료수공장을 차리기 위해 생산과정을 배우고 판매 및 경영기법을 분담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이젠‘희망의 땅’이 된 한국에서 가슴을 설레이며 설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산=최현식기자 choihs@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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