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대미관에 동의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관에 동의한다. 대통령은 취임 직전에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적 태도에 대한 구체적 비판의 답변을 요구받았다. 이 자리에서 ‘나는 조금 불만이 있더라도 아내를 깊이 사랑한다’고 우회적으로 말한 것은 명답이었다.

그렇다. 우리는 미국을 사랑한다. 미국과 결코 나쁜 관계가 되고싶지 않다. 하지만 껄끄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부시는 대북관계, 특히 북 핵문제에 우리더러 자신의 강공책에 편들어 줄 것을 요구한다. 오직 이만이 한·미공조로 보아 우리의 다른 이견은 북을 돕는 것으로 이단시하고 있다. 심지어는 남북 교류협력은 북을 돕는다고 판단, 대북 화해정책마저 못마땅하게 여겨 은근히 단절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에 견해를 같이할 수 없다. 미국이 북을 범죄자로 보든 어떻게 보든 우리에겐 대화의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북 정권의 윤리성이 어떻든 간에 남북은 현실적으로 인접하고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최악의 경우 북을 선제공격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에 우리가 절대로 동의할 수 없는 연유 또한 이에 있다. 미국의 대북 공격이 자신들 입장에서는 자국 이익에 의한 대안의 불길로 보일지 몰라도, 우리에겐 생사가 걸린 전쟁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못지않게 걱정스런 것은 국내 일부의 언론이다. 한·미공조를 맹종적 대미 추종으로 단정, 우리의 북 핵 주도적 해결 또는 중재를 당치 않는 것으로 보는 행태는 실로 경계해야할 신사대주의일뿐만 아니라 민족의 진운을 오도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국가를 보위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이 결코 방치할 수 없는 북의 핵무기 개발을 역시 전쟁이 아닌 평화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부시 행정부가 조금만 물러서면 대화의 물꼬가 트일 북 핵문제를 두고 그들 자존심 살리기의 강경도 일변도로 치닫는 것에 우리까지 덩달아 동조하여 사태를 악화시킬 수는 없다.

우리는 미국을 사랑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38선을 미국이 만들었고, 그로 인해 한국전쟁의 비극이 일어나긴 했지만 미국 젊은이들이 피로써 지켜준 혈맹의 관계를 잊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는 사랑하는 우방이 아끼지 않는 충고를 귀담아 듣는 것이, 결국 자국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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