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영을 주축으로 한 연합군이 이라크를 공격한지 23일로 나흘째를 맞으면서 전쟁의 여파가 서서히 경기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 전쟁으로 가장 우려되는 보복 테러나 ‘백색공포’와 같은 직접적인 사태는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여전히 상존하고 있어 도민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쟁이후 첫 주말에 만난 몇몇 지인들은 모두가 전쟁에 대한 우려감과 그 파장을 걱정하고 있었다.
심지어 화창한 날씨에 공원을 찾은 일부 어르신들도 삼삼오오 모여 전쟁을 화두로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다행히 미국은 이번 전쟁을 단기전으로 끝내겠다고 밝히고 있고 전쟁 당사국인 미국과 영국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는 반전시위가 연일 대규모로 전개되고 있어 누가 보아도 전쟁이 빨리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런 가운데 간접적인 전쟁피해들이 발생하고 있어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경기도가 전쟁이 발발한지 이틀만에 도내 중동지역 수출업체들을 점검한 결과, 188개 업체중에서 벌써 6~7개 업체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쟁이 계속될 수록 피해업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가뜩이나 불안했던 국내 경제상황에 전쟁여파는 이를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이 아닐 수 없다.
경기도가 전쟁에 대한 도민들의 불안감과 경제 악영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유관기관과 안보대책회의를 개최하고 비상경제상황실을 설치 운영하는 등 발빠른 대책에 나선 것은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손학규 지사가 이같은 불안한 국·내외 정세속에 계절적 재해까지 발생할 경우, 사회적 불안감은 더욱 고조될 수 밖에 없다는 신념으로 최근 재난재해 우려 지역을 불시에 직접 찾아다니며 대책을 세우는 ‘현장행정’을 펼치는 모습은 불안에만 휩싸인 도민들에게 안도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도정이 전쟁·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모두 걷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도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테러에 대한 불안감도 평소와 다른 세밀한 관심과 관찰로 위험요소를 사전에 발견, 해소할 수 있는 생활자세가 요구된다.
특히 ‘다음 공격대상은 북한’이라는 식의 자가발전식 불안감 조성행위는 극히 자제해야 할 것이다.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행위는 자칫 사회적 공포감을 불러와 사회불안까지 야기할 수 있는 위험한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불안도 현명한 대처가 요구된다.
현재의 경제불안이 국내적 요인보다는 외부에 의한 영향이 많다고는 하지만 석유나 전기와 같이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간재는 철저히 절약하는 대신 생활수준에 알맞는 소비활동을 통한 내수시장 활성화를 도모한다면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
국제 시장의 여파를 줄이고 국내 시장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도민 모두는 한마리의 토끼를 잡는 것이 아니라 두마리, 어쩌면 한꺼번에 서너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각오를 다져야할 시기다.
자기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국내·외적 상황에 따른 국가관과 생활관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길 제안해 본다.
/정일형기자 ihjung@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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