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중소기업지원센터,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지방공사, 경기개발공사, 경기문화재단…. 도청이 발간하는 안내 책자들을 보면 이들 기관들의 설명을 유관기관 내지 직속(直屬)기관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런데 공무원들이나 도의원들, 심지어 언론에서 조차도 이들 기관을 도 본청의 산하기관이라고 칭하기 일쑤다. 직속기관이든, 산하기관이든 그것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도 본청이 이들 기관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접하는가가 문제다.
지난주에 이들중 한 기관을 방문했을 때 일이다. 손학규 지사가 취임한 이후, 골머리를 앓았던 44년생 처리문제와 관련된 한 인사를 만났다. 그의 이야기가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나도 공직생활 30~40년하면서 실·국장과 부단체장을 다 거친 뒤 뒷전으로 물러났지만 도 본청의 위세가 이 정도인지는 몰랐다”며 “나도 그랬는지 다시한번 반성해 본다”고 말했다.
이야기인 즉슨 얼마전 도 본청에서 업무협조가 왔는데 실·국장은 아니더라도 과장·계장들 만이라도 선배가 있는 만큼 (직접 찾아오기는 바라지 않지만)전화 한통이라도 해 관련업무에 대한 설명을 할 줄 알았는데 덜렁 6급 직원이 결재서류랍시고 들고와 서명을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서류를 결재하면서 웬지 ‘왜 이자리에 있나’하는 서러움과 자괴감이 앞서더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나마 ‘나는 선택된 사람’이라며 굳이 했던 말을 못 들은 것으로 하라는 부탁을 했다. 그에게 이런 말을 듣고 나와 다른 직원을 만나보니 ‘도의 위상(?)’은 더한층 고조됐다. “산하기관이든 직속기관이든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업무를 추진하는 도의 행태는 ‘명령’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도지사 지시사항으로 생색을 내기위해 관련 실·국에서 장시간 갖고 있다가 뒤늦게 처리가 어려우면 ‘산하기관’이라는 명분으로 ‘이 일을 처리하라’는 식으로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흥분된 목소리로 “우리 기관에 있는 직원들은 공무원들보다 전문성이 뛰어난 인재들”이라며 “일을 시키려면 최소한 서로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그러면서도 그 역시 ‘도가 자금을 출연해 만든 기관이라…’며 말을 맺지 못했다.
노마지지(老馬之智)라 했다. 이말은 제나라 명제상 관중과 붕습 두 사람이 길을 잃었을 때 늙은 말을 풀어 길을 찾았다는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많은 경험을 갖고 있는 늙은 말이 그 만큼 지혜를 갖고 있다는 것으로 두 제상은 늙은 말을 후하게 대접(?)했다 한다.
공직생활 30~40년을 한 뒤 손 지사가 그를 발탁해 쓴 것은 그에게 무엇인가 배울 것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 본청 직원들이 그를 ‘옥상옥(屋上屋)’으로 생각한다던가 그의 경력을 무시한다던가 해서는 얻을 것이 없을 것이다.
또 서로 의지하고 도우면 어려운 일도 쉽게 해 낼 수 있다는 상부상조(相扶相助)란 말도 보편화된지 오래다. 수장에게 잘 보이려 하는 속성은 모든 공무원들이 갖고 있는 생태라 치부할 지라도 그 일을 보다 효율적이고 성공적으로 이루어 내기위해서는 도 본청과 유관기관과의 협조와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강조하고 싶지는 않다.
공무원은 유사이래 국민들이 생각해온 표준이다. 이는 사회적 위치뿐 아니라도 생활이나 도덕적 잣대에서도 가장 보편타당하다는 것이다. 유관기관과 그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개선을 위한 도 본청 직원들의 개혁적 사고를 기대해 본다.
/정일형.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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