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월드컵축구대회 분위기에 빠져 있던 지난 해 6월29일 오전,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선 북한 경비정과 우리 해군의 교전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발발했다. 그날 북한 경비정이 선제공격을 가해 아군 357고속정 한 척이 침몰하면서 아군 5명이 사망·실종되고 19명이 부상했다고 발표됐다.
정장 윤영하 소령·조천형 중사·서후원 중사·황도현 중사가 전사했고 박동혁 병장은 다리 절단수술 후 22일 만에 사망했다. 한상국 중사는 41일만에 침몰한 고속정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해군 장병 6명이 서해에서 장렬히 산화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사회는 그후 전사한 장병과 아직도 병상에서 신음하고 있는 장병들을 위해 해준 일도 없을 뿐 아니라 유가족을 너무 냉대했다. 당시 정부는 전사자들을 최대한 예우해 주고 기억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말 뿐 이었다. 그동안 유가족들에게 유엔군 사령관이 두 차례 편지를 보내왔고 , 미 7함대 사령관,주한 미군사령관으로부터 애도의 편지가 왔지만 정부 기관에서는 편지와 전화가 한통도 없었다고 한다.
도대체 전사한 장병들이 누구를 위해, 어느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은 것인가. 더구나 유가족들이 받은 몇푼의 보상금을 노린 사기꾼들이 ‘유가족들에게 31평형 아파트를 보상해 주려고 하니 취득세를 입금하라’고 술수를 부렸다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국방부 박 대령’을 사칭한 자에게 속았다는 것이다.
서해교전 전사자들의 유가족에게 특별히 혜택을 주자는 것이 아니다. 금전적인 문제가 아니다. 전사자들의 명예가 유가족들에겐 더욱 절실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지난 1년간 한마디 위로도 없었다는 무관심은 ‘6·29 서해교전’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는 것이어서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6·29 서해교전’은 분단된 우리 현실을 극명하게 입증하는 사실(史實)이다. 전사자들의 죽음은 나라를 위해 군인정신을 발휘한‘숭고한 희생’이다. 지금이라도 때는 늦지 않았다. 정부는 전사자들의 애국심과 부상장병들의 고통이 헛되지 않도록 각별히 배려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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