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의 연가투쟁 강행은 도대체 뭘 위한 것인지 묻는다. 윤덕홍 교육부장관의 합의 번복이 빌미가 되긴 했지만 그같은 합의가 애초에 효력이 있을 순 없었다. 이미 98%나 진척된 시스템을 폐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보는 가상적 전제가 이토록 학생들의 학습권을 심히 침해할 수 있는 것으로는 동의할 수가 없다.
어떤 시스템이든 역기능은 있고 그러므로 지울 항목은 지워 운용의 묘를 기하면서 개선해 나가는 것이 참다운 사도의 길이라고 믿는다. 학생의 기본적 인권인 학습권을 유린해가며 이른바 불법적 연가투쟁으로 길거리에서 벌이는 악다구니 판을 제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참교육일 수는 없다.
교단의 동료간에 주장만 있고 화합은 없으며, 사제간에 개성만 있고 사랑은 없는 현실이 참으로 서글프다. 지금보다 처우가 나빴던 시절에도 교무실은 화합이 충만했고, 교실에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학생이 있으면 선생님은 차마 혼자 점심을 들지 못하곤 했을만큼 사랑이 넘쳤다. 지금 일부 교원들이 구닥다리로 보는 옛날 선배들 시절에는 적어도 그러 하였다. 교원이 생업으로는 안정되고 직업으로는 존중받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도 어쩌다가 왜 이 지경이 되어버렸는 지 깊은 성찰이 요구된다.
전교조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높은 것을 몹시 안타깝게 생각한다. 심지어는 연가투쟁에 대해 어떤 공권력 행사나 제재를 가한다 해도 싸다고 보는 사회적 정서가 팽대하고 있다. 학부형 등을 비롯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전교조 활동은 명분이 뭣이든 무위하다. 더욱이 NEIS를 둔 연가투쟁 같은 건 이제 명분도 실리도 없다. 마치 이미 미운 털 박히고 기왕 내친 김에 우기는 것으로 보이는 객관적 인식을 주게 되어서는 전교조 조직이 너무 아깝다.
전교조의 당초 출발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간의 기여 또한 적지 않았다. 예컨대 학원의 민주화를 이만큼 가져온 것은 전교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앞으로도 기대한다. 하지만 연가투쟁 따윈 아니다. 물러설 줄 아는 것도 도덕적 용기다. 전교조에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이같은 도덕적 결단이다. 선생님들이 당장 서있을 곳은 길거리가 아니고 교단이다. 선생님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가두 고함이 아니고 교실에서 학생들과 갖는 오순 도순한 대화다. 윤 장관 같은 위인을 위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이것이 참교육으로 가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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