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고물론

제3공화국 시절 박정희 대통령 그늘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이가 있었다. 그의 말 가운데 당시 유명했던 말이 있다. “떡을 만지다 보면 떡 고물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그 무렵 무슨 의혹사건이 있었던 차에 그같은 말이 나왔다. 대통령 특사로 평양을 비밀리에 방문, 7·4 남북공동성명을 이끌어 내기도 했던 그는 지금 수십년째 조용히 재야 생활을 하고 있다.

‘떡 고물이 떨어진다’는 건 이를 테면 절로 생긴다는 것으로 떡을 베어먹지 않고 고물만 챙기는 것은 굳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해석인 것이다.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대북송금 관련 특검수사를 보면서 정몽준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지시를 받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으로부터 박 전 장관이 150억원을 받았다는 혐의 사실에 대해 예의 그같은 떡고물론이 생각난다. 현대의 금강산사업 등 대북사업 전반에 관한 협조 등 명목으로 건네진 이 돈 외에도 250억원의 추가수수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박 전 장관은 물론 완강히 부인하지만 혐의사실 대로라면 대북 송금의 떡 덩어리가 워낙 엄청나게 큰 것이어서 고물도 그토록 많았던 모양이다. 대북송금이야 정권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 하여도 이 과정에서 비자금이든 사리 사욕이었든 고물을 챙긴 것은 그 돈을 다 박 전 장관이 독식한 게 아니더라도 지탄을 면할 수가 없다.

‘떡고물론’은 생각해 보면 부정적 명언으로 공직자의 잘 못된 도덕상을 잘 나타낸다고 보아진다. 높은 자리의 공직자만이 아니다. 권력을 행사하는 모든 공직자가 다 경계 삼아야할 말이다. 고물을 챙기는 것은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자기 기만이다. 떡고물도 결국 떡이다. 남에게 뇌물로 받아먹지 않고 예산에서 빼먹는 떡고물도 있다. 예산 떡고물은 단 한 톨의 고물일 지라도 다 국민의 세금이다. 떡고물을 탐내는 공직자들은 직위가 높고 낮건 간에 지금도 무척 많을 것 같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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