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북 핵 관련 보고를 평가한다

고영구 국정원장의 북 핵 관련 국회 보고는 다음 몇가지 점에서 크게 주목된다.

첫째, 북측이 그간 핵 무기 제조를 추진해온 게 사실로 공식 확인됐다는 점이다. 지난 5년간 70여차례에 걸쳐 실시해온 핵 고폭실험 자체가 핵 무기는 물론 아니다. 그러나 1994년 제네바 핵 동결 합의 후 핵무기 제조를 위해 가진 이같은 다수의 반복적 실험은 제네바 합의를 명백히 위배하였다. 제11차 남북장관급회담 북측 단장 김령성 내각책임참사는 서울 도착 성명에서 “핵 전쟁의 검은 구름이 조선반도(한반도)에 몰려든다”며 예의 민족 공조론을 폈다. 전쟁은 당연히 막아야 하지만 오늘과 같은 한반도의 핵 위기를 가져온 것은 북측의 무모한 그같은 핵 무기 개발에 책임이 있다. 국정원은 또 영변 재처리 시설에서 8천여개의 폐연료봉 중소량을 재처리한 정황 증거를 제시했다. 비록 낮은 단계일 것으로는 보이지만 북측이 몇개의 핵 무기를 보유하고 있을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둘째, 김대중 정부가 출범 초에 북의 고폭실험을 알고도 햇볕정책을 써왔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러했기 때문에 햇볕정책이 필요했다고 전 정부에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은 대북송금 등 파격적 지원의 햇볕에도 불구하고 핵 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햇볕정책의 성과는 저들에게 필요한 경협 면에서 부분적으로 나타났을 뿐, 북의 전략 기조인 핵 무기 개발에는 조금도 변화를 주지 못했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대북 지원에 새로운 검토가 요망되는 시점이다. 얼마전 노무현 대통령이 “성과에 급급하지 않겠다”며 속도 조절론을 피력한 대북 정책의 수정은 매우 타당하다. 대북지원이 북의 변화에 상응하는 함수관계가 유지되어야 만이 진정한 남북관계가 성립된다.

셋째, 국정원의 결단이다. 이번에 국회에서 밝힌 북 핵 일련의 보고 내용은 그간 정부가 은폐한 것이었다. 북 핵 실상을 비교적 소상하게 국민에게 밝힌 것은 획기적 결단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고영구 국정원장 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 고영구 원장과 서동만 기조실장은 일부의 의문과 논란 속에 국가 정보기관의 요직을 맡았다. 그같은 우려가 기우에 그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북의 실체적 진실을 알게 된 국가 책임자의 진솔한 자세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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