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신자, 데뷔 30년 기념 대공연
안성의 죽산에 둥지를 틀고 활동하고 있는 ‘춤의 구도자’ 홍신자씨가 의미있는 서울 나들이를 한다.
무용 데뷔 30년을 기념하는 큰 무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27일부터 9월 6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판을 벌인다.
공연에선 오랜 세월 호흡을 맞춰온 외국인 무용가들과 함께하는 ‘홍신자와 친구들’(Hong& Friends), 국내에서는 미처 선보일 기회가 없었던 ‘세라핌’(Seraphim), 그리고 신작 ‘시간 밖으로’(Out of the Time) 등 세편을 선보인다. 여기에 비디오 상영과 전시, 강연 등 부대행사도 마련했다.
“언어를 넘어서 그 무엇을 체험할 때면 나는 춤을 춘다. 이것이 나 자신과, 타인과, 그리고 신과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었다. 달리 무슨 수로 자연의 이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표현할 수 있겠는가”
남다른 몸짓과 독특한 방식으로 춤을 표현해온 홍씨는 1973년 명동 국립극장 무대에 올린 ‘제례’ 한편으로 국내 무용계는 물론 문화계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이후 그는 구미에서는 동양춤과 서양 실험무용의 미학을 조화시킨 탁월한 무용가로, 재능있는 보이스 아티스트로, 중국에서는 최승희와 더불어 중국 현대무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외국인 무용가로 평가받아 왔다.
숙명여대 영문과를 졸업후 호텔경영을 공부하기 위해 1966년 미국으로 갔던 홍신자씨는 우연히 춤의 세계를 발견하곤 뒤늦게 자신의 길을 찾았다. 70년대 말에는 인도에서의 명상수행과 오쇼 라즈니쉬와의 만남 등으로 예술가보다는 명상가의 이미지가 더 강했고, 80년대 들어서는 존 케이지, 백남준 등 세계적인 거장들과의 교류로 예술적 깊이와 넓이를 더해갔다.
그러다가 1993년 영구귀국, 미국서 운영하던 래핑스톤(Laughing Stone) 무용단과 같은 뜻의 ‘웃는돌 무용단’을 만들어 본격적인 국내활동을 전개했다.
그는 안성시 죽산면 용설리에 실험예술과 아방가르드 미학의 장인 죽산국제예술제를 만들어 10년 가까이 꾸려오고 있다.
이번 공연의 첫 무대가 되는 ‘홍신자와 친구들’은 홍신자씨 외에 웬 후이(중국), 아리사카(일본), 아르코 렌즈(벨기에), 블론델 커밍즈(미국) 등 친구들이 출연, 홍씨와의 오랜 교류를 바탕으로 서로에게 준 영향과 교감을 무대화한다.
‘세라핌’은 1988년 뉴욕 초연작으로 한국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것. 무의식세계에 들어간 인간이 로봇과 같은 동작들을 통해 화합, 분열, 사랑, 증오를 표현하는 작품이다.
‘시간 밖으로’는 죽은 뒤 육체와 분리된 영혼들이 생전에 이루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미련, 그리고 영혼 세계에서의 감정과 의식 등을 표현하는 작품이다. 탄생에서 죽음까지 인간의 일생을 옴니버스 형태로 만들었던 ‘시간 속으로’(99년)에 이은 작품이다.
행사일정은 다음과 같다.
닲공연 △홍신자와 친구들 = 27-28일 오후 7시30분 △세라핌 = 30일 오후 7시30분, 31일 오후 3시·6시 △시간 밖으로 = 9월 4-5일 오후 7시30분, 6일 오후 4시·7시30분
닲부대행사 △전시회 = ‘홍신자의 영원을 찾아 떠나는 춤여행 30년’(27일-9월 6일 토월극장 로비). 홍신자의 주요 작품 공연비디오 상영 및 사진·인쇄물 전시 △강연회 = 중국 무용평론가 우장핑의 홍신자 무용세계에 관한 강연. 9월 3일 오후 3시 예술의전당 문화사랑방. 문의 (02) 766-5210, 1544-1555.
/이연섭기자 yslee@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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