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겪는 세대 갈등은 이유가 발견된다. 남경필(수원 팔달), 박종희(수원 장안), 원희룡의원(서울 양천갑) 등 수도권을 비롯한 소장파 의원 20여명이 제기한 60대 용퇴론, 5·6공 출신 용퇴론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당 소속 현역 국회의원 중 60대 이상이 무려 65%나 되어 당의 노령화로 청·장년화 추세에 거스르는 것도 문제가 되겠지만, 당의 무기력한 조로(早老) 현상은 적잖은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대정부나 대여의 대립 각은 다분히 감정적이고 남북관계엔 극우 논리로 일관하는 것은, 같은 보수층에게까지 괴리감을 안겨주는 게 바로 오늘의 한나라당이다. 무조건 극한 투쟁을 선언하는 것만이 강력한 야당인 건 아니다. 정책정당의 권위를 갖지 못하고 입으로만 하는 투쟁은 기실 무기력함을 드러내는 것밖에 안된다.
지난 대선 패배도 그렇다. 상대 후보측은 발이 부르트도록 맨발로 뛰다시피 하는 판에 한나라당은 뭘 했는가, 대개는 방안 풍수노릇만 많이한 게 다 당의 노령화 때문이었던 것이다. 특히 5·6공 출신의 국회의원들이 신군부와 연계된 과거를 관록삼아 원로 대접을 받고자 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한다. 흔히 나이든 이는 경륜이 있고 나이 젊은 사람은 패기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경륜과 패기의 조화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작금의 한나라당에선 그같은 경륜을 찾아 보기가 무척 어렵다.
물론 젊은 층에도 패기는 커녕 비굴한 사람들이 있긴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노년층에 과연 경륜다운 경륜을 가진 이가 얼마나 되는가가 의문시되어 소장파의 용퇴론 확산을 쉽게 잠재우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한나라당 국회의원의 노년층이 다 그런것은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당 차원의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하는 것은 맞다.
소장파 의원들은 지구당 위원장직을 내걸고 용퇴론 세몰이를 하고 있다. 이에 당 지도부가 무대응으로 가고 있는 것은 현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조속히 소장파 의원들과 대화의 자리를 마련,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사태해결의 실마리를 모색해야 한다. 그리하여 당 분위기를 일대 쇄신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소장파 의원들도 명심할 것은 있다. ‘초가삼간일 망정 빈대 보기 싫다고 불태울 수는 없다’는 속언을 일러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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