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사실상 민족대이동이 시작된다. 내일부터 연휴가 시작되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오늘 오후부터 추석 명절을 지내기 위하여 고향을 찾게 된다. 그러나 이번 추석 때 고향을 찾는 이들의 마음은 어느 때보다 무겁다. 경제사정이 좋지 않아 과거보다 보너스가 적어 변변한 선물도 마련하지 못한 이유 등도 있지만 더욱 마음이 무거운 것은 부모님과 형제들이 있는 농촌의 우울한 표정이다.
과거 같으면 이맘때 농촌의 들녘은 오곡이 여물어 황금들판을 이루고 도로에는 코스모스가 만발하여 민족 최대명절인 추석을 찾은 도시인들이 마음을 더 없이 따뜻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요즈음 농촌은 젊은이들이 도시로 떠난 이후 거의 텅빈 농가가 수두룩하여 황폐화되어 가고 있는 마당에 일기 불순으로 농사마저 고르지 못하여 농촌에 가기조차 민망한 실정이다.
비가 하루살이 같이 오는 바람에 벼는 제대로 여물지 못하고 쭉정이가 된게 많은가 하면 일부에서는 벼에 싹이 나고 있다고 하니 농민들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는가. 더구나 비로 인하여 병충해가 예년에 비하여 43%나 늘었다고 한다. 고추, 배추 등 밭농사도 마찬가지이다. 사과, 배와 같은 과일은 수확도 부진하고 당도가 떨어져 수출 역시 예년의 절반 수준 밖에 안된다고 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농림부는 올 쌀 작황은 9월 날씨에 달렸다고 하면서 흉작이 되더라도 재고량 8백만섬과 의무수입량 1백43만섬을 합하면 연간 소비량 3천4백만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이런 수치상으로 보면 쌀 수급에는 문제가 없을지 모르겠으나, 과연 주무부처인 농림부가 이렇게 태평한 소리를 할 수 있을까 자못 실망이 크다.
농림부를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은 좀더 진지한 자세를 가지고 농촌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탁상공론에 의한 농촌문제 해결이 아닌 농민과 더불어 아픔을 같이하는 심정으로 농촌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도시민 역시 추석 연휴기간에 농촌에 가지만, 우리 삶의 뿌리인 농촌에서 고르지 못한 일기로 농사가 잘 안돼 마음이 아픈 농민들을 위로하는 따뜻한 정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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