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도 당선자 시절(업무 인수 인계를)거치듯, (장관도) 업무의 인수 인계가 필요하다’는 정찬용 대통령 인사보좌관의 말은 의문이다. 장관의 소임이 막중하긴 하지만, 1개 부처로 제한된 장관직이 국정 전반에 걸친 대통령 업무처럼 기간을 두어야 할 정도로 인수 인계가 난해하다고는 믿지 않는다.
이번 허성관 행자부 장관 내정자, 최낙정 해수부 장관 내정자 발표는 행자부·해수부에 모두 ‘두 장관 동거’의 이상한 현상을 가져왔다. 김두관 행자부 장관과 허성관 동장관 내정자, 허성관 해수부 장관과 최낙정 동장관 내정자의 공존은 건국 이후 처음 보는 정부조직의 기현상이다.
국가의 골격인 정부 조직은 임면권자의 공식 절차에 의해 임용되는 것이 지, 아무리 임면권자라도 말로 ‘네가 무슨 장관하라’고 해서 장관 행세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같은 비공식 장관 발표 경위에 헌법상의 총리 제청권이 과연 반영됐는 지, 아니면 앞으로 공식 임명에 순수한 총리 자의로 행사될 것인 지가 궁금하다. 김두관 행자부 장관이 태풍 피해 복구를 마무리할 때까지는 사표 수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 보좌관의 전언이다. 그렇다면 태풍 피해의 복구 마무리가 어느 단계를 의미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김 장관의 적극적 퇴임 의지가 없는한 정부 조직의 기현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내정자 신분으로 임용 예정부처의 업무를 브리핑 받는 것도 괴이하다. 현직 장관이 다른 부처 장관을 놔둔 채 그 다른 부처의 업무보고를 받는 일이 있었다는 말을 일찍이 듣지 못했다.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에 의해 취임이 확정된 법률적 신분이 부여된다. 그러나 장관 내정자라는 법률적 지위는 어느 법규에도 없다. 이것이 정 보좌관의 말이 말이 될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다. 이 바람에 행자부와 해수부 공무원들이 두 장관 동거로 인해 보고 체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는 행자부 장관 내정자 겸, 허성관 해수부 장관을 상대로 회의를 계속할 지 여부를 논의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장관 내정자 파문이 김두관 행자부 장관 퇴임과 관련한 어떤 뜻이 숨어 있는 지, 장관직 인수 인계의 새로운 개혁 의도인 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대통령 의중의 내정자 신분으로는 공조직 인사원칙을 어기는 공무 담임권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개혁이라면 방향이 잘못됐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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