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주 속에 갇힌 아버지를 목격한 아이. 부정(父情)이 한참 녹익을 만한 11살의 나이에 애비의 죽음을 목격할 수 밖에 없었던 사도세자의 고뇌는 평생을 이어갔다.
정조대왕은 집권초기, 정치적 희생양으로 영조를 죽음으로 몰아간 친인척들을 응징한다. 하지만 원수를 갚기 위해선 절대 다수의 노론벽파와 할머니(정순대비),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 등에게 또 다른 원수를 사게 되는 상황. 선대왕 유지를 지키자니 아버지의 억울함을 외면할 수 밖에 없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국법을 따르자니 어미가 울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자니 할미의 원수가 될 수 밖에 없는 소자는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겠나이다.”
극단 城(대표 김성렬)이 세계효문화축제 창작지원이면서 창단 20주년을 기념하며 만든 이 작품은 효의 도시 수원을 상징하는 정조의 인간적 고뇌를 담고 있다
‘정조대왕’(김윤배 作)은 외로운 군주로서, 효를 실천하는 아들로서, 가족을 지켜려는 왕세손으로서의 정조를 담았기에 지난 27일 개막한 ‘2003세계효문화축제’에 가장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또한 정조의 숨결과 효의 역사적 상징으로 대변되는 융릉에서 초연되기에 그 의미는 더욱 깊다.
공연의 허가를 위해 대전에 위치한 문화재청까지 다녀온 김성렬씨는 “자연을 배경으로, 효의 의미가 살아 숨쉬는 본거지에서 공연할 수 있게돼 기쁘다”며 “왕으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담은 연극을 통해 효의 마음을 보다 가까이 되새길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작품은 화성시 융건릉의 융릉 특설무대에서 10월1일부터 3일까지 오후 7시30분 공연한다. 문의 245-4587.
/박노훈기자 nhpar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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