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호 꿈을 현실로...

‘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이 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증권배 2003 프로야구 롯데와의 홈 경기에서 마침내 56호 아치를 그리며 한 시즌 아시아 최다 홈런기록을 갈아치웠다.

‘따악’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하얀 선을 그리는 순간 모두가 숨죽였고 이내 대구야구장은 ‘와!’하는 함성으로 크게 출렁였다.

6개월여를 내달려오며 차곡차곡 쌓여왔던 이승엽의 56호 홈런 볼이 힘차게 펜스를 넘어가는 2~3초동안 관중의 숨소리는 일제히 멎었고 마침내 홈런이 확인되는 순간 너나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목청껏 환호했다.

이날 이승엽의 타순은 평소의 3번이 아닌 4번. 1회말 1사후 두번째 타자 김종훈이 몸에 맞는 공을 얻어 1루로 진루하자 관중은 이승엽을 1회에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걸었지만 후속타자 양준혁이 병살타로 이닝을 끝내자 관중은 2회에 이승엽의 첫 타석을 기다려야 했다.

롯데의 공격이 끝나고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롯데의 선발 이정민과 맞선 이승엽은 천천히 타석에 들어서 배트를 높이 세우며 상대투수의 공을 주시했다.

첫 공은 스트라이크 존을 크게 벗어나는 140㎞짜리 직구. 이어 이정민은 138㎞짜리 직구를 바깥쪽에 꽂아 볼카운트 1-1을 만들었다.

프로 2년차 투수 이정민의 과욕이었을까. 세번째공인 137㎞짜리 직구는 스트라이크 존의 가운데에서 약간 왼쪽 낮은 곳으로 날아들어왔고 경기전 “독기를 품었다”며 홈런에 대한 집념을 밝혔던 이승엽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아갔다.

‘딱’하는 소리와 함께 날아간 공은 홈런을 의미하는 포물선이라기 보다는 좌중간을 뚫을 듯한 라인드라이브성 타구였다.

하지만 이승엽의 올 시즌의 모든 땀과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희망이 담긴공은 비행을 계속하면서도 떨어지지 않았고 힘이 실린 채 ‘117m’라고 쓰여 있는 펜스 왼쪽을 넘어 120m 지점에 떨어졌다.

외야 관중의 환호와 함께 홈런을 확인한 대구구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56포의 축포와 폭죽이 밤하늘을 수놓았고 이승엽은 전광판에 크게 아로새겨진 ‘56’이라는 숫자를 확인하며 힘차게 다이아몬드를 돌았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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