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상추

농업과 관련된 속담은 매우 과학적이고 지혜가 담겨 있다. ‘가뭄 때 배를 사 두고 장마 때 수레 사두어야 한다’는 말은 어떤 일이고 닥쳐서 대하는 것보다 미리미리 대비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자연재해에 대비했다면 태풍 ‘매미’의 피해를 덜 입었을 것이다.

‘농부는 논가에, 어부는 물가에 살아야 한다’는 속담은 정성껏 생업에 종사하라는 뜻이다. 농부가 논에 자주 나가 봐야 벼가 자라는 생육 상태나 병충해 발생 상황을 알 수 있고, 어부는 바닷가에 자주 나가 봐야 물의 흐름, 고기의 상태를 알 수 있지 않은가.

‘샛바람 불면 비가 온다’는 속담이 있다. 샛바람은 동풍계열의 바람으로써 온난전선의 전면(주로 동남풍)으로 불기 때문에 동풍이 불면 전선의 통과에 따라 비가 온다는 뜻이다. 태풍이 북상하면 바람의 방향이 시계바늘 반대방향으로서 동북풍이 불게 되고 곧 이어 큰 비가 올 것이란 경험으로 생긴 속담이다.

‘까치집 낮게 지으면 태풍이 잦다’도 기후를 예고한다. 까치는 기상에 민감한 조류다. 집을 높게 짓는 습성이 있다. 그러나 낮게 짓는다는 것은 그 해에 태풍이 자주 발생할 것을 예견하여 바람피해를 막기 위한 대비로 까치집을 낮게 짓는다.

‘오이밭에 웃옷을 벗고 들어가면 오이 맛이 쓰다’.

농부가 일을 하면서 웃옷을 벗을 정도라면 날씨가 매우 덥고 비가 오지 않아 가뭄이 심한 상태다. 오이를 심은 밭의 토양 수분이 부족하게 돼 오이 맛이 쓰다는 뜻을 지녔다.

‘가을 상추는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속담도 재밌다. 상추는 서늘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채소다. 따라서 상추는 여름철 높은 온도에서는 각종 병충해 발생과 생육이 나빠 상추잎의 질이 좋지 않아 맛이 떨어진다. 하지만 가을에는 서늘한 기후 때문에 잘 자라므로 상추잎이 부드럽고 맛이 특히 좋다는 것을 이르는 속담이다.

오이나 시금치가 요즘은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되기는 하지만 가을 상추는 그래도 맛이 다르다. 가을 상추가 싱그러운 식탁에서 햅쌀 밥을 먹는 맛은 정겹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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