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폭우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가 커지고 있는 것은 기상이변 탓도 있지만 정부나 지자체의 뒷북치기식 대책 탓이 크다. 사전 예방보다는 뒷수습에만 치중,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하면서 별 실효를 거두지 못한 게 지금까지의 실태였다. 때문에 완전한 재해대책을 위해서는 그 해에 일어난 피해를 복구하는 식의 임기응변 대응방식에서 이제 벗어나야 한다. 피해시설들을 시멘트나 철근으로 원상복구하는 식의 대책은 효과도 없다. 건물 안전기준, 신호등 체계 등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전 국토를 자연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한 중장기 계획을 세워 전 국토를 대상으로 집중 투자하면, 장기 침체를 겪고 있는 내수를 살리는 데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태풍 ‘매미’때문에 발생한 피해를 원래대로 복구하겠다는 생각으로 단순 대응할 것이 아니라 차제에 경기 침체 타개를 위한 장기적인 국토 개조 작업 차원으로 재해대책의 시야를 넓히라는 것이다.
태풍으로 해마다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농업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때다. 농업 부문이 재해로 입는 손실도 막대하지만 앞으로 농산물 시장이 전면 개방될 경우 우리 농업은 금융부문이 국제금융 사태때 겪었던 것과 같은 위기를 다시 맞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이번 기회에 농작물 피해 보상 차원을 넘어 재해 보험을 도입하는 등 농업 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해줄 수 있는 틀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정부에 수해방지를 위한 중장기 계획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수해방지대책기획단을 만들어 지난 4월 76개 과제를 중심으로 중장기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1999년에도 청와대 산하에 수해방지대책기획단을 만들어 119개 개선방안을 마련했으나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문제는 이런 계획을 실천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는 지에 달렸다. 국립방재연구소가 지난 2000년 용인시를 대상으로 모의실험한 결과 앞으로 20년 동안 145억원을 미리 투자하면 예상 피해액 중 1천760억원 정도를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었다. 재해대책은 난리가 난 뒤 부랴 부랴 단순 복구식 땜질 수습에서 벗어나 재해대응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당장 예산 지출은 어렵지만 지방자치단체부터라도 시행한다면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재해복구 공사는 요즘같은 날씨가 가장 좋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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