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政客

고령 정치인이 많기로는 일본이 단연 앞선다. 70·80대의 고령 정객이 수두룩하다가 지난 2000년 중의원 선거 때 40여명의 여야 의원들이 은퇴했다. 지난 10일 있었던 중의원 해산으로 치르는 이번 선거에서도 중의원 정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근 50명이 불출마 등 은퇴할 것이라고 전한다.

은퇴하는 고령 정객들은 거의가 10선이 넘는다. 고령 정객들 중엔 특히 비례대표 출신이 많다. 이래서 집권 자민당은 내규로 이번 선거부터 73세 정년을 적용키로 했다. 관록을 내세운 고령 정객들이 비례대표 앞자리를 도맡아 차지하는 바람에 유망한 젊은 인재의 당내 진출을 막는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카소네 전 수상 등 몇몇 고령 정객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개헌 등 평소 주장해온 일이 본격 논의되므로 중의원 의원을 더 해야 한다”며 당 내규에도 불구하고 비례대표 앞자리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중의원 20선의 나카소네는 무려 85세의 나이다.

고령이므로 정계를 은퇴하라고 하면 근래 많이 쓰이는 말로 위헌이라 할지 모른다. 특히 지역구 출신 의원은 선거구민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므로 나오라, 나오지 말라고 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국회의원 노릇을 하는 것은 아니다. 먹고 사는 일 같은 건 걱정없는 형편이고 보면 후진들에게 물려주는 게 미덕이다.

나라 안에서도 한나라당 당내 소장파가 고령 정객들의 은퇴 요구가 있었다. 요즘은 좀 잠잠해졌지만 또 언제 세대 교체론이 일지 모른다. 이같은 기풍은 비단 한나라당 뿐만이 아니고 다른 당에서도 거의 비슷한 기류여서 국내 정치권의 현안이기도 하다.

40대면 벌써 나이든 사람으로 취급되는 조기 퇴출의 사회풍조도 문제가 많지만, 이른바 관록을 지역구든 전국구든 공천에 무임승차의 프리미엄 삼는 고령 정객이 많은 것도 좋지는 않다. 고령 정치인들은 내년 총선에서 자신의 진퇴를 진지하게 고민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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