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사찰 화재예방 대책 세워라

많은 국보와 보물을 보유하고 있는 전통사찰은 문화재의 보고라고 할 만큼 매우 소중하다. 그러나 본보가 집중 취재, 보도한 바에 따르면 도내 전통사찰 대부분이 화재발생 위험이 상존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 사찰 건물 자체가 발화력이 강한 목조건물로 이루어져 있는 데다 화재 진압장비가 거의 녹슨 소화기 몇 개가 고작이어서 화재발생시 초기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찰건물 특성상 전선 관리 등이 안돼 있어 누전의 위험성이 매우 높다.

국보 범종과 탱화, 부모은중경목판 등 많은 문화재를 보유한 화성시 소재 용주사의 경우 분말 소화기가 10여개 있으나 손잡이 부식이 심해 작동이 불가능하거나 압축 가스가 제대로 충전돼 있지 않아 제 기능을 못하는 상태다.

14개의 보물과 도지정문화재 등을 보유하고 있는 여주 신륵사도 사찰건물벽에 나무와 장작이 쌓여 있고 더구나 요사체 쪽에는 LP가스통들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어 화재발생시 대형으로 번질 우려가 크다. 소화기나 소화전에 점검날짜 등이 표시돼 있지 않다.

도내의 유명 전통사찰 등 대부분이 이렇게 화재에 방치되고 있는 것은 문화재 보호를 위한 소방규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탓이다. 소방법상 지정문화재를 보유한 전통사찰의 경우 연면적 1천㎡이상이면 옥외소화전을 설치토록 돼 있으나 도내에는 연면적 1천㎡를 넘는 경우가 한 곳도 없어 모두 옥외소화전 설치 대상에 제외돼 있다. 이로 인해 문화재청이 화재 조기진압을 위해 1개소에 1억원을 지원하는 옥외소화전 설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규정은 당장 시정돼야 한다. 사찰에서 보유하고 있는 문화재 자체가 사찰 소유가 아니라 국가의 재산인만큼 소화전 설치는 정부가 당연히 예산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봉선사의 경우 대형건물이나 공장에서 볼 수 있는 방화관리자를 자체적으로 선정, 소방대책을 수립하고 만일의 불상사를 대비해 매년 2차례씩 구리소방서와 공동으로 소방훈련을 실시하고 있음은 다른 사찰들도 본받아야 할 점이다. 천년 사찰인 치악산의 구룡사 화재를 타선지석으로 삼아 당국은 물론 사찰도 자율적인 소방대책을 수립, 화재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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