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외무성 대변인의 ‘서면불가침담보’ 고려 용의 발언은 종전의 북·미불가침조약의 고집에서 한발짝 물러선 것이긴 하나 아직은 그 진의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아·태경제협력체(AFEC) 정상회의 기간에 나왔던 다자틀 내의 서면보장 제시를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했던 북측이 돌연 “고려 용의”로 급선회한 배경이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비적 검토만으로도 충분히 고무적이고 긍정적 진전으로 본다”는 정부 당국의 평가를 부인할 생각은 없다. 안전보장에 관한 미국측의 공식입장 표명이 최고위급에서 나왔고 한·미 정상간 공동발표문에도 문서화돼 있기 때문에 북측이 이를 근거할 만한 자료로 봤을 것이라는 분석은 이유가 없진 않다.
문제는 조약이란 법적 담보성의 요구를 완전히 철회하느냐에 있다. 이 점에서 다자간 서면불가침담보를 북측이 수용하더라도 난관은 많다. 서면작성의 형식과 형태 및 서명의 주체, 북의 동시행동 원칙과 미국의 순차적 접근의 괴리 등 방법에 적잖은 이견이 예상된다.
또 북측은 먼저 대미협상을 통해 체제안전을 보장받은 뒤 양자 대표가 서명하고 다시 6자회담 참가국들이 연대 담보 서명하는 절차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미국은 양자대화를 생략한 채 6자회담으로 직행해 다자간 안전보장을 서면 결의하는 형식으로 나올 것이 예견된다.
그러나 어떻든 전망이 불투명했던 6자회담 연내 속개가 가능한 것은 거의 분명해졌다. 이에 정부는 북측의 진의에 대한 심층분석과 함께 미·일 중·러 등 주변국과 충분한 의견 교환이 있어야 할 것으로 안다.
또한 북에도 더 이상의 무모한 핵 도박을 중지하고 국제사회의 지원 등 안정위주의 실리주의로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가져할 줄로 믿는다. 아울러 이같은 내부 준비의 분위기가 성숙된 6자회담이 조속히 이행되기를 바란다. 서로가 미흡한 점은 만나서 대화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 순리다.
때마침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오는 29일 방북하는 것은 핵 문제를 비롯, 이라크 추가파병 주한미군 재배치 등이 맞물려 있는 시점에서 매우 주목된다.
이 방북회담 이후의 북측 후속 태도가 핵 문제 해결의 관건이 될 것이다. 북측은 남북 공존 공영의 길이 무엇인가를 잘 헤아리는 고려가 있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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