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혈액으로 영양제 제조 주력하다니

국민에게 수혈용 피 부족을 호소해 온 대한적십자사가 그동안 헌혈받은 혈액을 수혈용 보다는 영양제 제조 등에 주로 사용했다는 보도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그렇다면 적십자사가 지난 9일 낸 ‘헌혈자 급감으로 혈액 수급 비상’이라는 보도자료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셈이다.

당시 적십자사는 지난 7월 이후 경기 북부 등 말라리아 주의 지역에서 헌혈이 급감, 수혈용 혈액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했다. 더구나 “9월부터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며 기온이 떨어지면 감기와 독감이 유행할 것으로 보여 더욱 혈액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을 우려한 바 있다.

혈액성분 중 병원에 주로 공급되는 것은 적혈구와 혈소판이고 혈장은 대개 알부민(영양제) 등의 약을 만드는 원료로 쓰여 제약회사로 보내진다.

그런데 적십자사가 그동안 전혈(全血)이 아닌 혈장만을 뽑는 성분헌혈에 과도한 인원과 차량을 배치, 병원들의 피 부족 현실을 외면한 것이다.

한 예로 의정부·청량리·구리 등을 관할하는 서울지역 동부혈액원의 경우 지난 9월4일 12명을 군부대에 배치해 200여명으로부터 혈장 피를 뽑았다. 다음날에도 기차역이나 학교에는 1명의 간호사를 투입한 반면 군부대에는 6명의 간호사를 배치해 320명으로부터 혈장헌혈을 받았다.

적십자사의 이같은 헌혈 운영방침은 혈액부족을 호소하는 각 병원의 현실을 도외시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뿐 아니라 향후 헌혈운영에도 지장을 줄 우려가 적지 않다.

적십자사의 혈액사업본부는 “헌혈운영반 편성표는 각 혈액원에서 자체적으로 짜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본부에서 뭐라고 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헌혈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입장에서 할 말이 아니다.

피가 부족하면 외국에서 수입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할지 모르나 의약품 제조용이 아닌 수혈용 피는 보존 기간, 위생관리상 문제로 수입이 불가능하다. 매혈(賣血)도 수입도 안되는 상태에서 헌혈은 수혈을 위한 피의 유일한 공급원이다.

적십자사는 이번 경우를 거울로 삼아 혈액수급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과 정책을 마련함은 물론 개인 헌혈자와 등록 헌혈자를 늘리는 등 안전한 혈액 공급에 가일층 주력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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