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물이 한강 수계에 방류되다니

‘포르말린’은 사체 부패방지나 소독·살균 등의 용도로 쓰이는 화학물질이다. 인체 접촉시 화상과 폐렴 등을 야기하며 중추신경 장애로 인한 기억력 상실과 사망 등의 원인이 되는 독극물이다.

특히 독성이 강하면서 분해가 안돼 하천에 흘러 들어가면 물속 생태계를 심각하게 위협한다.

이렇게 해로운 ‘포르말린’을 수도권 일대의 무늬목 제조업체들이 지난 3년간 한강 수계 지역인 왕숙천(포천·남양주)과 덕풍천(하남)에 몰래 방류했다니 실로 어처구니가 없다.

무늬목은 원목을 얇게 켠 것으로 가구나 마루에 붙이면 원목의 색과 질감이 그대로 나타나는 실내장식용 재료다. 최근 검찰에 적발된 29곳의 업체는 무늬목에 방부용 포르말린을 칠하면서 생긴 폐액을 여과 방지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인근 하천에 무단 방류했다.

2000년 미8군 영안소 부소장이던 앨버트 맥팔랜드가 포르말린 폐액 228ℓ를 한강에 무단 방류, 사회적 파문이 크게 일었는데 이번에 적발된 방류량 271t은 228ℓ보다 무려 1천190여배나 많은 양이다. 더구나 방류된 포르말린이 한강 상수원인 구의·암사 취수장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예상돼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문제는 적발된 업체들이 자연 건조 시설이나 정화장치를 갖출 재정 능력이 충분한데도 작업이 번거롭다는 이유 등으로 포르말린 폐액을 곧바로 하천에 방류한 사실이다. 더구나 300여곳이나 되는 수도권 지역의 무늬목 제조업체 중 상당수가 토양 및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점이다.

생활하수를 비롯한 오염물질 유입을 막기 위해 갖가지 규제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요란한 캠페인을 전개하면서도 치명적 독극물이 하천에 장기간 흘러드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더 더욱 한심한 노릇은 우리나라엔 아직 포르말린 사용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현행 수질검사에는 포르말린 검사항목이 없어 수돗물에 포르말린이 유입됐는 지 조차 확인할 수 없는 점이다.

맹독성의 포르말린을 무단 방류 혐의로만 처벌하는 현 수질환경보전법은 너무 약하다. 강도 높은 처벌기준을 속히 마련하고 지속적인 행정지도를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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