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초 義人들

정치판은 썩어 문드러 지고, 사회는 모두 남을 등치기 일쑤인 것처럼 살벌해 보여도 의인(義人)은 있다. 지난달 29일 별세한 수원의 홍문사 대표 이홍종씨(69)는 청소년사업을 위한 백암복지재단을 남겼다. 평생동안 문구점을 경영하면서 모은 재산 100억원을 사회에 되돌려 내놓은 것이다.

서울의 의류수출업체 대표인 이상철씨(57)는 50억원 상당의 땅을 지상4층 지하1층 규모의 공공도서관 부지로 서대문구청에 기증했다. 비록 미국유학 중 교통사고로 비명에 간 딸의 이름을 도서관 명칭에 붙여달라는 애틋한 부정(父情)이 동기이긴 하나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부산의 향토기업인 송금조씨(79·주·태양회장)는 부산대학 발전기금으로 305억원을 쾌척한데 이어 경암교육문화재단을 설립키 위해 1천억원의 사재를 출연했다. 송회장은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근검절약과 성실근면으로 자수성가의 길을 걸어온 분이다.

그동안 연 1만5천여명의 노인들에게 무료급식을 해온 이가 있다. 사단법인 한길봉사회지부는 수원 만석공원 앞에서 경로급식을 시작한지 벌써 4년째 이토록 숨은 봉사를 해왔다. 남의 도움을 크게 받은 것도 아니고 무료급식을 핑계삼아 어떤 꿍꿍이 잇속을 챙기는 것도 아니다. 운영을 도맡은 지부장 되는 분이 무슨 선거에 나오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분담된 자원봉사자들의 고마운 도움을 받고 있을 뿐이다. “물론 어렵지만 노인봉사 자체가 그저 즐거워 선택한 길이므로 후회를 모른다”고 한다.

이밖에도 식당을 해가며 모은 재산, 바느질 품을 팔아 모은 돈 등을 사회에 내놔 각박한 세태속에 심금을 울리는 미담들이 종종 있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영악스럽지 못한 바보라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바보 의인’들이 있으므로 하여 세상은 그래도 삭막하지만은 않다.

그러고 보니 의인들은 모두가 민초들이다. 남의 돈 먹기를 억대는 다반사고 수십억, 수백억원씩 먹고도 큰소리 치는 썩어 문드러져 몰염치한 정치꾼들이 더 더욱 괘씸하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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