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사건

대검 중수부가 대선자금에 기세를 올리는 덕분(?)에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월드컵 휘장사업 비리’ ‘굿모닝시티 비리’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 ‘양길승씨 향응 및 몰카 파문’이 수면 속으로 가라 앉았다. 검찰이 “국민과 언론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그렇지, 대부분의 수사는 원칙에 따라 잘 진행됐다”고 자평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호랑이’를 그리겠다던 수사들이 ‘고양이’만 그린 채 종결을 앞두고 있는 사례가 숱해서 하는 얘기다.

‘월드컵 휘장사업 비리’는 김재기 한국관광협회장, 이인제 의원 전직 보좌관, 최창신 전 월드컵조직위원회 사무총장만 구속됐지, 수사과정에서 뇌물 수수 의혹이 제기된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 여야의원 3∼4명은 소환조차 되지 않았다.

‘굿모닝시티 비리 사건’도 지난 7월 정대철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해 4억원 수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 청구라는 ‘한건’을 올린 뒤로는 진척이 없다. 탁병오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윤창렬 전 굿모닝시티 회장, 윤석헌 우슈협회장만 수뢰혐의로 구속했을 뿐 3억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경찰관 K모씨가 도피 중이라 ‘벽’에 부딪혔다.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는 안희정 전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김홍일 민주당 의원을 불구속하고 박주선 민주당 의원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정도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동업자’라고 표현한 최측근 안희정씨의 연루의혹이 제기되면서 지난 4월 대검 중수부가 재수사에 착수한 ‘나라종금 퇴출저지 로비 사건’은 지난 6월 중간 수사결과 발표 이후 사실상 수사가 끝난 상태다.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 향응 파문으로 시작된 ‘양길승씨 향응 및 몰카 파문’ 역시 김도훈 전 청주지검 검사를 구속했지만 의혹의 본체라고 할 수 있는 “양길승씨가 금품 로비를 받았느냐”는 부분은 여태 감감 무소식이다.

세상을 시끌시끌하게 만들었던 이런 사건들이 관련 정치인만 무더기로 거론했을 뿐 정작 실체가 밝혀지지 않아 국민들의 뇌리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또 우리 국민은 잊기를 잘한다. 그렇다고 유야무야할 사건이 아니다. 대선자금과 함께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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