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정부의 신중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법리와 사리에 맞다.
우리는 먼저 행정수도의 정확한 개념부터 정립돼야 한다고 일찍이 말한 적이 있다. 청와대와 각 부처는 물론이고 국회와 대법원까지 옮긴다는 것이 정부의 행정수도 구상이다. 행정·입법·사법부 등 국가 골격의 3부 요로를 다 옮기면 수도 이전이 지, 행정수도 이전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사실상 수도 이전을 추진하면서 행정수도로 호도하고 있다. 정부는 양자의 개념이 어떻게 다른가를 국민에게 정리해 보일 의무가 있다. 우리는 이를 행정수도가 아닌 수도 이전으로 간주하여 국가 정책의 중요사항으로 국민투표에 부쳐 그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가 있다.
이 정부의 행정수도와 관련한 오류는 또 있다. 행정수도 이전을 말하면서 이른바 수도권 규제강화를 ‘국가균형발전특별법안‘ 등으로 더 더욱 옥죄이는 것은 심한 자가당착이다.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수도권 규제를 먼저 철폐해야 한다는 경기도의 요구는 이리하여 논리상 설득력을 지닌다.
우리는 정부 시책의 이같은 모순을 지적함과 아울러 행정수도를 만들건 안만들건 간에 수도권 규제는 경제수부의 신장을 위해 마땅히 풀어야 함을 강조하면서, 타당성 검증과 국민적 합의가 없는 행정수도에 거듭 이의를 제기한다.
행정수도 조성에 따른 65조원의 예산도 방대하여 부담이 힘겹기도 하지만 일국의 수도 이전을 정권 차원에서 좌지우지하는 것은 실로 용납키 어렵다. 대통령의 선거공약이 능사가 아니다. 선거공약은 포괄적 사항이다. 당선자의 선거공약이라 하여 개별적 사항에 다 국민적 합의가 형성된 것은 아니다. 세계에 각인된 유서깊은 수도 서울을 놔두고 수도를 새로 만들어 남하하는 것이 국익에 합치된다고 보기에는 문제가 많다. 정부는 행정수도 조성을 이미 기정사실화 하였으나 우리는 기정사실로 인정하기가 심히 어렵다. 정치권이 이에 행정수도 예정지역의 총선민심 눈치를 살피느라고 이도 저도 말못한 채 정부에 끌려만 가는 것은 부당하다. 행정수도가 간다고 하여 충청권이 다 잘 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권은 소신을 갖고 이의 논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7월 입법예고한 ‘신행정수도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좀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다음 17대 국회에서 다루어선 안될만큼 시급한 것도 아니다. 국회는 정부의 행정수도 관련 법안을 마땅히 페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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