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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 프리다·디에고

오는 21일 개봉하는 영화 ‘프리다’는 멕시코의 실존화가 프리다 칼로의 전기 영화. 1954년에 47살의 나이로 숨진 프리다는 80년대 들어서야 멕시코 밖으로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좌익 여성 화가였다.

영화는 프리다의 사상이나 성공보다 동료 화가 디에고 리베라와의 사랑과 불행했던 개인사에 초점을 맞춘다.

‘프리다’가 다른 전기영화에 비해 탁월한 성취를 거둔 것은 리얼리즘과 초현실주의가 혼재된 그녀의 그림이 영화속 현실과 조화를 이루는 형식에 있다.

여성 감독 줄리 타이머는 관객들이 프리다의 일생뿐 아니라 그림까지 가슴으로 느끼는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조심해, 산 송장이지만 숨은 쉬어. 으스러지지 않게 조심해.”

영화는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첫번째 전시회에 참석하기 위해 침대를 ‘타고’ 가는 프리다의 모습에서 시작한다.

프리다에게 신(神)은 설명할 것이 많은 분. 카메라는 1921년 열여섯 살 이후 프리다의 길지 않은 일생을 좇아간다. 한창 호기심 많고 ‘무엇이 될지’에 대한 기대도 넘쳐나던 사춘기 소녀 프리다는 어느 날 갑작스런 버스 사고로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처지가 된다.

침대에 누워 있을 수 밖에 없는 그녀가 세상을 보는 방법은 부모님이 천장에 붙여준 거울을 통해서다.

그녀는 자신의 몸을 캔버스로 삼아 그림을 스스로 그림을 공부해가고 몸 상태는 조금씩 호전돼 간다.

차사고 이후 인생의 두번째 ‘대형사건’이 일어난 것은 남편 디에고를 만난 것. 좌파 화가인 디에고는 손길이 닿는 여자마다 사랑에 빠지게하는 묘한 매력을 가진 남자.

주위의 ‘우려’와 ‘질투’속에 결혼을 올린 두 사람은 함께 미국에 건너가지만 결혼 후에도 주변 여자들에게 눈길을 주는 디에고와 멕시코를 그리워 하는 프리다 사이에는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의 좌익 사상을 당시의 미국이 용납할 수도 없는 일.

결국 멕시코로 다시 돌아온 프리다와 디에고. 하지만 프리다에게 또 다른 고난이 기다리고 있다.

18세 관람가.

이달 크랭크인 단원 김홍도 예술담아

조선조 화가 단원 김홍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가 제작된다. 영화사 런치박스 픽처스는 “조선 최고의 화가 김홍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기운생동’(氣韻生動)을 이달 중 크랭크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문의 영광’의 김영찬 작가가 시나리오를 손질중이며 ‘예스터데이’의 정윤수 감독이 연출을 맡는다. 스토리의 기본이 되는 가정은 일본 에도시대에 활약했던 풍속화가 도슈사이 샤라쿠가 김홍도와 같은 인물이라는 것. 그는 1794년 5월 갑자기 나타나 10여개월 만에 140여점의 그림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신비의 인물이다.

이같은 주장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한국일보 문화부장 출신으로 만요슈(7세기 후반의 일본 고위 관료와 일본 왕족들이 읊은 노래 모음) 연구로 이름을 알린 이영희 포항제철 인재개발원 교수. 이 교수의 주장은 96년에는 아사히 TV를 통해 ‘또 하나의 사라쿠’라는 제목으로 전파를 타기도 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단원은 정조가 일본에 보낸 ‘스파이’였다. 1764년 이후 30년간 통신사의 왕래가 없어 일본상황이 궁금했던 정조는 김홍도에게 화약을 비롯한 일본의 병기상태를 그려오라고 시켰다. 제작비 100억원 가량이 투입되는 대작으로 내년 말쯤 관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경마 다룬 ‘씨비스킷’ 국내상륙

경마 영상물의 불모지 한국에서도 이제 제대로 된 경마영화를 볼 수 있게 돼 일반 영화팬 뿐 아니라 경마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로라 힐렌브렌드의 동명소설 ‘An American Legend-SEABISCUIT’을 영화화한 ‘씨비스킷’(브에나 비스타 인터내셔널)이 21일 국내에서 개봉된다.

영화의 주인공인 말 ‘씨비스킷’은 체형적 악조건으로 인해 어디서나 학대받으며 세상과 타협하기를 거부한다.

1932년 모든 것이 암울했던 대공황 시절 주류에 섞이지 못했던 기수와 말, 조교사, 마주가 서로를 보듬으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씨비스킷’은 경마영화이기 이전에 어른을 위한 성장 영화이자 휴먼스토리다.

경마라는 생소한 소재와 미국 특유의 프론티어 정신을 담고 있지만, 높은 실업률과 경기 침체 등 고단한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의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에서만 1억1천800만 불의 메가톤급 대박을 터뜨린 이 영화에는 명예의 전당에 오른 바 있는 미국의 실제 기수 게리 스티븐스가 ‘아이스맨’으로 열연, 영화의 실제감을 더했으며 ‘스파이더맨’의 히어로이자 주연 ‘레드’ 역의 토비 맥과이어는 실제 기수와 같은 체형을 위해 72.5kg이던 몸무게를 58kg으로 감량했다.

한편 한국마사회는 당초 과천 경마공원에서 야외 컬러전광판과 럭키빌 6층 컨벤션홀을 활용해 경마팬들을 대상으로 ‘씨비스킷’ 무료 시사회를 개최키로 추진했으나 한국 수입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이를 취소하는 대신 영화 한국 개봉에 맞춰 씨비스킷 관련 이벤트를 펼친다. 한국마사회 홈페이지(www.kra.co.kr)에 접속해 영화의 주인공 말 이름을 맞추는 사람에게는 1인당 씨비스킷 영화 초대권 2매씩 총 2천매를 추첨을 통해 배부한다.

또 영화를 본 일반인을 대상으로 A4 2장 내외 분량의 영화감상문을 공모해 대상 1명에 노트북을 시상하는 등 드럼세탁기, 디지털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 푸짐한 상품을 지급할 계획이다.

문의 한국마사회(02)509-1296.

/황선학기자 hwangpo@kgib.co.kr

올드보이 = 동창생 ‘힌트’

무성한 소문 속에 기대와 궁금증을 불러일으켜온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올드 보이’(제작 쇼이스트·에그필름)가 드디어 21일 개봉, 그 실체를 드러낸다.

영화는 15년 동안 갇힌 자와 가둔 자의 대결이라는 것 정도가 관객들에게 알려졌을 뿐이어서 많은 호기심을 유발했다.

주인공은 아내와 어린 딸을 둔 평범한 샐러리맨 오대수. 술을 즐기고 떠들기 좋아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특징도 없는 그가 어느날 누군가에게 납치돼 사설 감금방에 갇힌다. 중국음식점에서 배달돼오는 군만두를 먹으며 TV로 소일하던 그는 뉴스를 통해 아내가 피살됐으며 피의자가 바로 자신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망연자실한 그는 자살을 시도하지만 그것조차 용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 자신이 갇힌 이유를 찾아내기 위해 기억의 창고에서 먼지를 털어 원한 살만한 일을 기록해 나간다.

‘악행의 자서전’에서도 쉽게 단서가 발견되지 않자 탈출과 복수를 꿈꾼다. 틈만나면 쇠젓가락으로 벽을 후벼파는 한편 사지와 주먹을 단련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갇힌 지 15년이 지났을 때쯤 벽에 몸 하나를 빼낼 만한 틈을 만드는 데 성공하지만 어이없게도 대수는 큰 가방에 실려 처음 납치됐던 곳으로 풀려난다. 쏟아지는 햇빛에 눈이 부셔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거리로 나서는데 누군가 다가와 휴대전화와 수표가 든 지갑을 건네주고 달아난다.

그가 처음 들른 곳은 TV에서 보던 일식집. 생선초밥을 주문한 뒤 갑자기 정신을 잃었다가 일식집 보조요리사 미도의 집에서 깨어난다. 알지 못할 힘에 끌려 가까워진 두 사람은 군만두의 맛을 따라 감금방의 위치를 찾아내고 우여곡절 끝에 그를 가둔 이우진을 만나게 된다. 우진은 대수에게 가둔 이유를 스스로 알아내면 깨끗이 죽어주겠다는 제안을 던진다.

갇힌 자와 가둔 자의 대결이라는 설정은 일본의 동명 원작만화에서 따왔지만 과정과 결말은 판이하다.

감독이 깔아놓은 복선을 따라가면 차츰 비밀의 실체에 가까워지는데, 막상 뚜껑을 연 순간 마치 피라미드의 깊은 방에서 처음 파라오의 미라를 발견한 것 같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이게 된다.

박찬욱 감독은 금단의 영역에 과감히 발을 들여놓으며 한국영화의 지평을 넓혀왔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냉전 이데올로기에 도전한 것이라면 ‘복수는 나의 것’과 ‘올드보이’는 윤리관이라는 덮개를 열고 인간 내면의 심연에 돌을 던진 것이다.

예수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라”는 말로 구약의 탈리오법을 혁파했지만 누구든 억울한 일을 당하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복수율을, 그것도 자신의 손으로 실천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박찬욱의 복수극 연작’ 1편이라고 할 수 있는 ‘복수는 나의 것’에서는 누나를 구하려는 장애인의 인질극에 평범한 중소기업 사장이 딸을 잃자 처절한 복수에 나선다.

‘올드 보이’의 복수극도 혈연에 대한 원초적인 사랑이 동인을 이루는데, 똑같은 방법으로 응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파멸에 이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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