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한대로 올해 쌀 생산량이 23년만에 최저치인 3천91만섬에 그치고, 품질도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돼 향후 쌀 수급 차질이 심히 우려된다. 이는 작년의 3천442만섬보다 9.7% 감소한 것이다.
문제는 올해 쌀 생산량이 이렇게 적은데도 쌀 재고량이 적정량을 훨씬 웃돌고 있어 수급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히는 정부의 태평스런 입장이다. 정부의 벼 생산조정제로 재배 면적이 감소하는데다 올해와 같은 자연재해가 다시 발생할 경우 예상되는 수급 차질을 전혀 계상하지 않는 정부의 양정대책이 너무 안이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쌀 생산량이 3천200만섬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1980년(2천465만섬), 1993년(3천298만섬), 1995년(3천260만섬)에 이어 네 번째다. 올해 쌀 수확량이 이처럼 대폭 감소한 것은 무엇보다 처음 도입된 벼 생산조정제 탓이다. 벼 재배 면적이 대폭 감소한데다 잦은 비와 태풍 등으로 생육이 부진했기 때문임을 정부가 모를 리 없을 것이다.
우선 올해 벼 재배 면적은 101만6천ha로 작년보다 무려 3만7천ha이나 줄어 정부 통계가 시작된 지난 1967년(123만5천ha) 이후 가장 적었다. 더구나 모내기 이후 잦은 비로 병충해가 크게 증가하고 태풍 매미의 여파로 벼 낟알마저 충실히 여물지 못해 수확량이 감소했다.
농림부는 내년도에는 올해 이월재고량 842만섬과 최소시장 접근(MMA) 물량으로 수입되는 쌀 143만섬, 생산량 3천91만섬 등 모두 4천76만섬이 공급돼 수요량(3천374만섬)보다 702만섬으로 전망하는 여유를 부리고 있다.
하지만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권고하는 적정재고량(573만 ~ 607만섬)을 감안하면 잉여분은 100여만섬에 불과해 작년이나 올해처럼 278만섬(40만t)을 북한에 지원하기는 힘들 게 분명하다. 무엇보다 올해 정부 매입가를 기준으로 볼 때 쌀 생산량 감소로 농가 수입이 8천800억원 가량 줄어 농업인들의 경제적 타격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다.
이같은 실정인데도 쌀 수급에만 아무런 지장이 없다며 내년에도 벼 생산조정제를 실시할 방침이라는 농림부의 정책은 너무 근시안적이다. 그래서 불안하다.
무릇 농정은 자연재해 발생을 예상하고 계획을 수립, 시행하여야 한다. 벼 생산량조정 재검토와 대북 쌀 지원책의 수정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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