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폭탄주' 뒷풀이

신문에 났다. 술자리를 추리해 본다. “너무 소원했습니다” “뭘…아무튼 고맙소” 아니면 무슨 말들이 오갔을까. 방송이 끝나고 정연주 KBS 사장의 초청에 따라 술자리로 이동하는 길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의 승용차에 두 사람이 동승했다고 한다. 거기서는 또 무슨 밀담이 있었을까. 단순히 술에 기갈이 들려 술먹으로 간 것은 아니고, 또 두 사람이 술잔을 나눌만큼 평소부터 교분이 있었던 것도 아니니 말이다.

지난 13일밤 KBS-1TV 4당대표 순회 토론회는 한나라당 차례였다. 최 대표가 방송을 마치기가 바쁘게 그길로 가진 정연주 KBS 사장과의 이른바 뒤풀이 술자리 회동은 여러모로 부적절하다. 한나라당측은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지만 서로 오해한 부분을 푸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했고, KBS측은 “의미있는 만남이었다”고 양측은 밝혔다. 도대체 ‘오해’는 무엇이고 ‘의미’는 뭣이란 말인가.

좌경방송이나 편향방송에 오해가 풀려 수신료 분리입법 추진을 그만 두는 의미가 있단 말인지 뭔지 도시 이해가 되지 않는다. 방송은 물증이 있는 마당에 오해가 있을 수 없고 수신료 분리는 사리가 당연하여 그만 두어야할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오이밭에서는 신을 고쳐신지 말라’ (瓜田不納履·과전불납리)고 했고, ‘복숭아나 자두밭 배나무 밑에선 갓 끈을 고쳐매지 말라’(桃李梨下不整冠·도리이하부정관)고 했다. 공연한 오해를 받을 처신은 삼가라는 선인들의 잠언이다. 최 대표가 술자리 회동에 응한 것은 제1야당 대표로는 굉장히 경솔한 처신이다.

술자리는 여의도의 한 거창한 카페다. 한나라당측은 무려 20여명이 떼거리로 참석했고, KBS측도 주요 본부장 등 대여섯명이 참석한 모양이다. 좌중에 폭탄주 돌림까지 등장했다는 것으로 보아 매상이 팁까지 합쳐 천만원 가까이 나왔을 법 하다. 최 대표가 술값을 냈다면 기업에서 뜯은 돈으로 호화판 술판을 벌렸다는 비난을 듣고, 정 사장이 냈다면 시청료에 광고비까지 주체키 어려울만큼 번 돈으로 흥청망청 로비를 벌렸다는 비난을 들을 것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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