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얼굴만은 때리지 마세요’

경찰병원에 근무하는 젊은 치과의사가 시위 때 부상을 입고 수술차 들어오는 전·의경들의 비참한 광경을 보고 인터넷에 올린 글이 새삼 국민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있다.

얼마나 많은 전·의경들의 얼굴들을 꿰맸는지 살덩이 꿰매는 것도 무감각하다고 하면서 제발 전·의경들의 얼굴만은 때리지 말아 달라는 의사의 호소는 시위로 인하여 야기되는 각종 인명사고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얼마나 무감각한가를 나타내고 있다.

젊은 의사는 호소한다. 시위도 좋고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는 것도 좋지만 왜 쇠파이프, 각목과 낫을 들고 죄없는 전·의경들을 때려 얼굴에 중상을 입혀 젊은이로서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있는 지 알 수 없다. 시위가 격렬한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상호간 피를 흘리면서 불구대천의 원수처럼 각목과 쇠파이프를 휘둘러 중상을 입히는 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최근 부안사태와 관련하여 시위가 격화된 지난 7월 이후 전·의경이 무려 400여명이 다쳤으며, 주민도 23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그동안 시위 때 사용되지 않았던 화염병이 난무하고 각종 각목과 쇠파이프가 등장하여 흡사 전쟁터와 같으니 이미 합법적 시위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군복무를 위하여 병역의무를 행하고 있는 전·의경이 무슨 죄가 있기에 시위주민들은 그렇게 악착같이 젊은이들의 얼굴을 때려 상처를 내고 있는지 묻고 싶다. 그들은 시위 주민들의 아들이고 동생이며 또한 조카들이다.

이제 시위문화는 변해야 된다. 지금은 폭력을 행사하지 않아도 이익을 표출할 수 있는 통로가 많다. 관련자들을 직접 만나서 대화도 할 수 있고 안되면 법에 호소할 수 있는 민주주의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는 구태의연한 시위문화다.

정당한 과정과 절차를 통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할 때 사회질서와 규범이 유지될 수 있으며, 동시에 자신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이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불러 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생활습관속에 가지고 있어야 된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더 이상 시위가 폭력화되지 않도록 시위문화부터 개선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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