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문화재보호법은 국보·보물·사적 등 지정문화재가 아닌 것 가운데 보전할 가치가 있는 건물과 시설 등 근대문화유산을 문화재로 등록해 보호하도록 돼 있다. 2001년 7월부터 시행돼 왔으며 현재 서울 남대문로 한국전력사옥 등 65건이 등록된 상태다.
그러나 등록문화재 제도는 문제가 많다. 우선 등록문화재의 현상변경은 물론 철거까지도 신고만으로 끝난다는 점이다. 더구나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은 지도·조언·권고에 그친다.
강력한 규제를 통해 원형 그대로 보전하는 지정문화재와 달리 등록문화재는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관을 크게 바꾸지 않는 한 내부는 마음대로 고쳐 쓸 수 있다. 이렇게 느슨한 조치는 문화재 범위를 넓히고 보호방법을 다양화해 보다 많은 문화유산을 후대에 전하려는 것이지만 소유자의 자발적 보호의지가 없는 한 멸실·훼손을 막을 수 없는 맹점이 있다.
최근‘운수 좋은 날’ ‘술 권하는 사회’ ‘빈처’ 등 주옥같은 단편소설을 남긴 빙허(憑虛) 현진건(玄鎭健·1900 ~ 1943) 선생의 서울시 종로구 부암동 고택이 집주인에 의해 헐린 것이 한 사례다. 빙허 고택은 문화재로 지정된 것은 아니지만 등록문화재로 보전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었다. 이런 사례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생할 우려가 있어 근대건조물의 파괴를 최소화할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예컨대 지정문화재의 가지정 제도를 원용한 예비등록 제도, 해당 건축물 멸실 신고시의 사전심의제 등을 도입하고 근대문화유산의 보존과 활용에 앞장서는 민간단체들의 활동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한옥마을 등 집단적 전통건조물은 중요민속자료로 지정하거나 지자체 조례로 보호할 수 있지만 개별 한옥은 보호장치가 전혀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유산을 지키려는 시민의식이다. 아직까지는 등록문화재로 등록되면 재산권 행사에 불리하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등록을 꺼리거나 기피하고 있다. 관리비, 수리비 등을 국가에서 보조하여 등록문화재를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것 보다 보전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하도록 구체적 활용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경기도에도 보전할 가치가 있는 근대문화유산과 시설물이 많다. 등록문화재 제도 개선안 마련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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