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동물환경회의

독일에 사는 고슴도치 해리가 세계동물환경회의를 열기 위해 각국의 동물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아프리카 대표 코끼리 조우마마, 인도 대표 호랑이 토라지, 브라질 대표 악어 와니르, 영국 대표 토끼 라비, 일본 대표 너구리 탓쿠, 미국 대표 독수리 왓시가 참석했다.

1부의 주제는 ‘일회용품 문제’다. 각국의 동물들은 오랜 여행에 지치고 배가 고팠는지 회의가 시작되기도 전에 자신들이 싸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는다. 이때 일본 대표 탓쿠가 준비해온 도시락에 동물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일회용품인 나무젓가락 때문이다. 브라질 대표인 와니르가 버럭 화를 낸다. “브라질에서는 모두들 일본 때문에 숲이 줄어든다고 걱정한단 말이야! 실제로 일본의 회사들이 나무를 잔뜩 베어가고 있다고!” 탓구가 변명을 한다. “그건 일본의 관습이야.”

인도 대표 토라지는 한숨을 내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무 젓가락은 낭비인 것 같아. 우리 인도에서는 손만 가지고 카레를 먹는데…. 나무 젓가락을 여러번 씻어 쓰면 안되나?”

탓쿠가 미국 대표 왓시를 공격한다. “미국에서도 일회용 종이컵과 햄버거 포장지를 많이 쓰잖아. 그러고 보니 모두 나무로 만드는 것들 뿐이잖아?”

2부에서는 ‘쓰레기 문제’다. 식사를 마친 미국 대표 왓시와 일본 대표 탓쿠 주변에 알루미늄캔과 음식찌꺼기가 잔뜩 쌓여 있다. 왓시는 알루미늄캔은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알루미늄캔 한 개를 재활용하는 데는 세탁기를 보름이나 돌릴 수 있는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

3부는 ‘대기오염 문제’다. 왓시는 콜라캔 음료를 사기 위해 회의 시간도 무시한 채 숲속에 자동차를 타고 왔다. 동물들은 자동차가 내뿜는 가스로 숲의 공기가 나빠진다며 아우성이다. 하지만 왓시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른다. 동물들은 개성이 너무 뚜렷해 의견을 좁히지 못한다.

현대판 이솝 우화가 아니다. 5년 전 일본에서 열렸던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세계회의’ 모습을 패러디한 것이다. 건축자재, 이쑤시개, 나무젓가락을 만들기 위해 1분에 무려 축구장 50개 면적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지구 환경이 정말 큰일났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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