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게 정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점이다. 열린우리당이 노 대통령의 조속한 입당 권유를 촉구하는 것도 그같은 맥락으로 보아 국정운영의 정상화를 기하자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우당(友黨)으로 대하고 열린우리당은 정신적 여당을 자처하고 있기는 한다. 그러나 연결 채널은 아무 것도 없다. 당정회의조차 가질 장치가 없다. 열린우리당 중 몇몇 사람이 가끔 청와대로 불려가 얘기를 듣곤하는 지금같은 형편으로는 대통령 뒤치다꺼리나 하는 ‘노빠당’이란 말을 앞으로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런데도 청와대측은 대선자금 수사를 구실로 입당을 미루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는 아직도 멀었다. 총선기간 전에 마무리 짓기가 아마 바쁠 것이다. 노 대통령이 입당을 굳이 저울질하는 이유가 당의 인기가 생각처럼 뜨지않아 다른 어떤 복안이 있는 건지 뭔지는 알바가 아니다.
문제는 국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데 있다. 대통령은 여전히 측근을 가까이 하는 것으로 안다. 측근 정치는 공식기구가 아니다. 공식 라인이 아닌 측근은 비선(非線)으로 비선(秘線)이기도 하다. 비선정치가 우당이며 정신적 여당의 우위에 있는 것은 장막의 일종으로서 결코 투명하다 할 수 없다. 청와대 내부에서 가끔 누가누가 실세라는 말이 흘러 나오는 것 역시 장막에 가려져 있음을 의미한다.
청와대 비서실은 위계질서에 의해 각자의 소임이 이행되는 공식기구다. 이런 공식기구에서조차 실세란 게 따로 존재하는 내부 분위기는 정상 시스템이 아니다. 각 부처에 파견된 장관 보좌관 아닌 보좌관이란 것도 일종의 비선이다.
전 정권이 실패한 연유가 초장부터 측근을 중시한 비선정치에 있었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공식 라인보다 측근을 우선하여 잘된 국정은 그 유래가 없다. 이런데도 이 정권은 전 정권보다 더한 측근에 의한 비선정치를 일삼고 있다.
이 정권이 정말 성공하는 정권이 되기 위해서는 코드에 의존하는 비선부터 타파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혼란이나 잘못된 이유가 다 이에 귀납된다. 대통령의 이런 인식 전환이 없는한 열린우리당 또한 열리기가 심히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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