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보다 중요한 것

대통령책임제하의 내각은 대통령에 대한 신임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각료의 잘못은 대통령에게 책임지는 것이 지 국민에게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 각료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대통령에게 묻는 것이 대통령책임제다.

연말에 소폭 개각이 있을 것이라 하여 별 의미가 있을 수 없는 것이 이 때문이다. 물론 개각이 관심사가 아닐 수는 없다.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을 가늠하는 것 뿐이다. 더욱이 내각이 국정운영의 중심에 제대로 서지 못하는 지금같은 형편에서는 더 말할 게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국정의 무게를 내각에 두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말처럼 제대로 이행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심히 어렵다. 예컨대 경제각료의 정책 제시를 청와대 비서실에서 뒤엎고, 파병 문제에 외교부나 국방부와 다른 말이 청와대에서 돌출하곤 하는 것은 내각의 권위와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능을 가질 뿐, 의사결정 능력을 지닌 기관은 아니다. 한데도 대통령 그늘을 호가호위 삼아 마치 내각위에 군림하듯이 하는 것은 정상 시스템이 아니다. 정부조직법 어디에도 내각이 청와대 비서실의 영향을 받아야 하는 규정은 없다.

국정운영의 중심이 내각에 쏠려도 대통령책임제 하에서는 내각책임제와 달리 국정의 최고 책임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이러므로 하여 평소 야당이 거국내각이니, 중립내각이니 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가져왔다. 야당이 참여하는 거국내각은 대통령의 책임을 희석시킬 뿐 아무 실효가 있을 수 없다. 또 대통령책임제에서 중립내각이란 존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연말 소폭 개각에 이어 내년 4월 총선 이후에는 조각 수준의 개각이 있게 될 것이다. 대통령의 각료 기용이 좀 더 전문성이 있고 중량감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부터 가져왔다. 국정은 실험대상도 아니고 연습 또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국정시스템의 정상화다. 비서실이 더이상 내각 일에 나서는 폐습이 지속되어서는 국정운영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된다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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