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學

"교수들이 수험생 모집에 나섰다. 자신이 소속된 대학의 과(科) 입학생이 미달되면 폐강되기 때문이다. 과 폐강은 곧 실업자가 되는 것이다. 교수들의 노고는 이에 그치지 않는다. 합격자 이탈을 막기위해 선물공세를 펴는 등 안간힘을 써야 했다. 근래 일부 지방대학에서 있었던 일들이다.

대학의 수험생 유치는 미국 대학 역시 있긴 있다. 수년전 본지에 연재된 김영래 아주대 교수의 ‘미국대학통신’에 의하면 미국 대학들도 수험생, 특히 우수학생 유치를 위해 연중 PR활동을 벌인다. 그러나 이는 대학의 장학제도나 기숙사 시설 등 학생복지에 관한 것으로 국내 일부 대학처럼 폐강될 지경의 교수들이 실업을 면키 위한 개인적 자구책과는 차원이 다르다.

김영래 교수는 샌디에이고 대학 교환교수로 가 있으면서 현지의 대학 풍속도 등 주옥 같은 내용의 ‘미국대학통신’을 본지에 시리즈로 기고한 바가 있다.

일부 지방대가 이처럼 정원 미달을 걱정하게 된 것은 그간의 산아제한으로 취학 인구가 줄어든 탓도 있다. 정원 미달사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동안 대학에 따라 면치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대학이 지나치게 많은 게 원인이다. 난생 처음 듣는 대학이 참으로 많다. 대학이 거의 고을마다 있다시피 된 게 좋은건 지 나쁜건 지는 여기서 말할 논제가 아니다.

아무튼 대학은 많아서 학력(學歷)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높아진 학력만큼 학력(學力) 역시 높아진 것은 아닌 게 현실이다. 學歷은 높아지면서 學力은 떨어지고 있다. 이 연유가 오늘의 ‘대학범람’에 있다.

언젠가는 대학도 개방된다. 외국의 대학이 들어오면 이에 경쟁력 없는 대학은 문을 닫게 된다. 대학도 앞으로는 시장 자율에 맡겨지게 되는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이 없게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경쟁력없는 대학은 자연도태 되도록 해야 된다. 대학다운 대학만 남아 존중받는 대학으로 육성돼야 하는 것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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