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소주 내린다’고 하였다. 소주의 제조법은 좀 복잡하다. 솥에 술밑을 채우고 소주고리라는 증류기를 얹어 밀봉하고는 장작불을 땐다. 그럼 화기로 술밑의 휘발성이 강한 알코올이 수분보다 먼저 증발하여 소주고리위에 담긴 찬물에 닿으면 이슬처럼 물방울이 떨어져 내리는 데 이것이 곧 소주다.

소주는 아라비아에서 시작하여 고려 후기에 원나라를 통해 들어왔다. 국내의 소주 명산지로 꼽혔던 개성 안동 제주도 등이 원나라의 일본 정벌과 관련된 지역인 것은 이 때문이다.

지금은 소주가 서민용이지만 예전에는 사대부 집에서나 마실수 있었던 고급주였다. 왜냐하면 값이 비쌌으며, 값이 비싼 것은 만드는 데 곡식이 많이 들고 공정이 복잡하였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흉년이 들거나하면 나라에서 소주를 만들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갑자기 곽란이 나거나 기생충이 많으면 소주로 다스려 약으로도 썼다.

이러한 예전의 소주는 지금의 소주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예전 소주는 증류주로서 주정 도수가 매우 높았다. 불을 붙이면 파란 불꽃을 피우며 활활 탔다. 원래의 소주(燒酒)는 이렇게 문자 그대로 불탔다. 이에 비해 지금의 소주는 소주 원액을 물에 탄 다음 첨가제를 섞는 희석식 제조법으로 만든다.

시중의 소주 도수가 22도에서 21도로 내려갈 것이라고 한다. 진로는 ‘참이슬’을, 두산은 ‘산’의 도수를 이렇게 1도씩 낮춘다는 것이다. 소비자 조사결과 순한 소주의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한다.

취하고 싶어 마시는 술이 순하기를 바라는 건 우선 마시기는 좋지만 음주량은 더 늘 수가 있다.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이다. 또 원액인 주정도 그만큼 절감된다. 생산비는 절감되고 판매량이 증가되는 데도 도수 인하에 따라 값을 내린다는 말은 한 마디도 없다. 이래 저래 술꾼들만 골탕 먹는 가 보다./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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