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전수칙

"오는 4월말 파병되는 한국군 자이툰 부대가 주둔할 이라크 키르쿠크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테러 위험이 적다고 한다. 대부분의 테러는 이라크인들이 아니라 이라크의 상황이 외부에 나쁘게 비춰지도록 하려는 비(非)이라크인 단체들의 소행이라는 설명이다. 방한 중인 키르쿠크 주지사의 말이니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파병부대의 명칭 ‘자이툰’은 우호적이어서 좋다. 자이툰은 평화를 상징하는 ‘올리브’를 뜻한다. 키르쿠크는 이슬람이 다수다. 사원이나 이슬람 성지가 많다. 사원은 비이슬람 신도들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불가피하게 들어간다면 이슬람 교도처럼 신발을 벗고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슬람이 신성시하는 ‘코란’을 훼손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여성의 명예는 부족의 명예다. 공연히 농담이라도 걸면 큰 봉변을 당한다.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식사를 해도 안된다. 주민들의 반감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한국군들이 이라크인들의 문화와 종교를 존중하면 별 탈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라크가 평화로운 나라는 아니다. 테러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자이툰 부대의 임무가 저항세력의 색출이나 섬멸이 아닌 각종 사회간접시설 복구와 치안 유지 활동이지만 위험은 상존한다. 그래서 자이툰 부대의 ‘교전수칙’이 마음에 걸린다.

공격은 자위적 조치로만 한정한다. 저격 받은 경우에 한해 사격한다. 공격 때는 구두 경고→공중 사격→조준 사격의 단계를 거친다. 이 것이 교전수칙의 골자다.

저항세력의 돌발적인 공격이 예상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거나 한국군의 안전이 우려되는 일부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 지휘관의 판단에 따라 무기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두었다고는 하지만 너무 수동적이다. 수상한 자에게 구두로 경고하는 사이에, 위협을 주려고 공중사격하는 사이에 적탄이 날아오면 끝장 아닌가.

‘이라크 평화재건사단’으로 키르쿠크에 주둔하는 자이툰 부대원 중 한 사람이라도 사상자가 생겨서는 안된다. 완벽한 방어가 최대의 공격이라고 하였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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