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21’

"나세르 전 이집트 대통령은 1970년대 아랍 민족주의 운동의 지도였다. 이러한 나세르의 사위 마르완이 이스라엘의 간첩이었다는 기사가 최근 이집트 언론에 공개되어 파문이 일고 있는 모양이다. 1973년 중동전쟁 때 이집트와 시리아의 연합공격계획을 제보하는 등 거액의 공작금을 받고 이스라엘의 스파이 노릇을 했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의 실언으로 본토 장시(江西)성 러핑(樂平) 주변의 고정첩자(고첩)가 일망타진된 일이 있다. 유세 도중 중국이 배치해 놓은 기지별 미사일 수를 밝힌 것이 특히 러핑 기지는 너무나 딱 들어맞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중국 정보요원들이 끈질긴 추적끝에 무려 20여명에 걸친 고첩단을 검거한 것이다.

구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첩보 싸움은 20세기 최대의 막후 대결이었다.

이런 가운데 KGB가 개발한 것이 술 취하지 않는 약이다. 스파이 활동으로 술 자리를 오래해도 취하지 않기위해 만든 약이 ‘RU-21’이란 것으로 이 또한 첩보전의 비밀 병기였다. 인체에 흡수된 알코올이 취하게 만드는 아세트알데히드로의 생성을 억제하는 원리로 만들어 졌다.

지금도 첩보전은 나라마다 안전보장의 주요 활동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싸움이 치열하다. 유엔은 스파이들의 천국이다. 국가안보는 첩보전으로 시작하여 첩보전으로 끝난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므로 그 이면사는 참으로 기이한 비화가 많다.

흥미로운 것은 어떻게 된 건지 KGB의 술 취하지 않는 약을 미국 회사가 판권을 갖게 된 사실이다. 이 제품을 수입하는 국내 업체가 있어 판매계약을 맺고 이미 식약청의 판매 허가까지 나 곧 시판되는 모양이다.

술은 취하기 위해 마신다. 취하기 위해 돈주고 마신 술을 취하지 않기 위해 또 돈주고 약을 사먹는다는 것은 아무래도 좀 이상하다. 업체의 로비활동이 주된 임무인 ‘술상무’들이나 좋아할 약일 것 같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십수년 전 KGB에서 활약했을 시절에 ‘RU-21’이 시판됐으면 아마 KGB가 발칵 뒤집혔을 일이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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