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향기 또다른 ‘즐거움’
매주 일요일 수원 화성행궁에 가면 전통문화의 향기는 물론 장용영 군대의 늠름한 기상을 만날 수 있다.
조선의 개혁군주이자 민본정치를 실현했던 정조의 사상이 한데 어우러진 화성행궁에서 ‘일요상설 한마당’이 펼쳐진다. 이 행사는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2004 상설문화관광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28일부터 11월 28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200여년전 화성에서 펼쳐졌던 장용영 수위의식(옛 수문장 교대의식)과 전통 무예 24기 시연, 각종 상설공연이 다채롭게 열린다.
매주 일요일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서 열리는 장용영 수위의식은 정조대왕이 화성행차시 펼쳤던 군례의식이다.
화성행궁의 수위의식은 서울의 정궁에서 펼쳐졌던 수문장 교대식과 달리 임금의 임시거처였던 특수성에 따라 독특한 군례문화를 선보인다.
수원시는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에 의뢰해 정조의 화성행차를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 등 관련문헌에 따라 복식과 기물 등을 복원했다.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대북이 울리면 장용영 군사가 배치되고 군기하달과 왕명하달 등의 순으로 수위의식이 진행된다. 이어 성문을 여는 ‘개문의식’과 함께 정조대왕이 행차하며, 조선 군대조직인 5군영의 상징인 오방기를 세우는 ‘상기례’가 펼쳐진다.
또 ‘군례훈련’에는 검, 활, 조총 등의 시범이 이어지고 장용영 군사들의 우뢰와 같은 충성함성에 따라 하기례, 폐문의식, 예필의식으로 마무리된다.
근엄하면서 절제된 장용영 군사의 군례의식이 끝나면 용맹무쌍한 군사훈련이 관람객을 맞는다.
훈련원 군사를 훈련시키는 ‘강무’와 ‘시취의식’에 이어 임금이 군인들을 열병하고 장수를 파견하는 의식이 엄중하면서도 절도있게 열린다.
또 적장의 목을 베어 국왕께 바치거나 조선시대 궁궐 화재시 펼쳐진 긴급방제 훈련도 펼쳐진다.
오후 3시부터는 부국강병의 실학정신이 담긴 ‘무예도보통지’에 근거한 전통무예 24기 시연이 열린다.
무예 24기는 화성에 주둔했던 조선 최정예부대 장용영 외영 군사들이 익혔던 것으로 화성행궁 북군영과 남군영에 주둔했던 정조의 친위부대다.
이번 프로그램중 매주 레퍼토리를 달리하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일요상설 공연’도 크게 눈길을 끈다.
공연은 계몽군주이자 효사상을 실천한 정조의 화성행궁 건립배경과 능행차 모습 등을 소재로 진행된다.
첫번째 테마인 ‘화성의 태동’(4~6월)은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기리는 효성 깊은 마음과 화성 건설의 배경을 담았다.
첫날인 28일 오후 3시30분 개막식에는 경기도립무용단의 ‘북의 제전’과 태평무, 농악무 등이 열리며, 국악퍼포먼스와 경축 팡파레 등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내달 4일 퓨전타악퍼포먼스 KATA를 비롯 합주, 합창, 전통과 현대무용 등이 다채롭게 선보인다. 또 (주)떼아시네의 ‘럭키 럭키 골든쇼’를 시작으로 정악·정재, 영화음악, 발레 등을 공연한다.
매주 공연에는 극단 시소가 화성행궁 건설을 배경으로 한 인형극과 난파소년소년합창단의 전래동요 무대를 마련했다.
두번째 테마인 ‘8일간의 대장정’(7~9월)은 화성행차길에 오른 정조의 화려한 어가행렬을 중심으로 공연이 펼쳐지며, 세번째 테마인 ‘화성의 탄생’(10~11월)은 화성축성과 탄생과정을 등을 소재로 공연이 열린다.
/이형복기자 bok@kgib.co.kr
■한은희 개인전
초록빛 계곡물… 얼어붙은 마음도 녹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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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자취가 사라진 계곡은 영험한 기운이 느껴진다. 불규칙한 계곡의 물소리와 이름 모를 산새들의 지저귐이 들리는 곳에는 선인이 아니라도 금세 자연과 벗이 된다.
설악산 수렴동이나 가야동 계곡 등 깊은 계곡의 풍경을 화선지에 담아 온 한국화가 한은희씨(서울 서초구 방배동)는 실경을 기본으로 독특한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화에서는 좀체 사용하지 않는 물을 주된 소재로 사용한다거나 관념적 산수가 아닌 실경을 담은 것이 그렇다.
또 한씨의 매력은 푸근한 자연의 멋이 솔직담백하게 담겨 있다는 것.
계곡의 명징한 물과 그 속에 자리를 차지한 돌들이 정답게 어깨를 마주하고 안개가 자욱한 원경이 수묵담채화로 넉넉히 담아낸다.
특히 한씨의 그림은 인간을 압도하는 산세와 폭포수처럼 위협적인 자연이 아니다. 서정적인 계곡풍경이지만 물에 투영된 갖가지 사물들을 통해 인간 본연의 순수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최근 한씨는 더욱 짙어진 초록빛의 물에 초점을 맞춰 초대전을 열고 있다.
내달 15일까지 가평 가일미술관 전관에서 열리는 ‘내설악’전.
전시작품은 300호짜리 3점과 200호 6점 등 대작을 비롯 소품 등 총 29점이다.
지난해 9월 열린 개인전(서울 상갤러리)에서 ‘대담한 화면구성과 밀도감 있는 색조로 한국화를 현대적 조형어법으로 풀어냈다’는 평을 받은 작가는 ‘순환(Circulation)’을 주제로 다시 내설악을 찾았다.
“초록빛 계곡물은 봄을 맞아 겨우내 녹은 계류입니다. 계절의 변화와 순환을 통해 인간의 얼어붙은 마음마저 순화되기 바라는 마음을 작품에 담았죠”
전형적인 한국화라면 으례 등장하는 ‘여백의 미’. 그러나 한씨의 그림에는 공허한 여백이 아닌 색다른 여백이 존재한다. 화면의 중심을 차지하는 초록빛 물이 바로 여백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순백이 아닌 깊이를 알 수 없는 초록빛을 머금은 계곡물이 여백을 대신한다.
지난해 개인전이 영원이나 꿈을 노래했다면 이번에는 생명성을 강조한 ‘순환’을 주제로 삼았다. 새로운 희망과 탄생을 상징하는 봄을 맞아 희망과 함께 얼어붙은 사회가 전반적으로 다 풀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작가의 소망.
전국의 오지를 찾아 다니며 계곡의 풍광을 담았던 작가는 환경오염이나 개발로 인해 사라진 오지에 대해 아쉬워했다.
“지금은 내설악 말고는 자연의 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래서 작품마다 ‘순환’이란 제목을 붙이고 생명의 소중함을 담고자 했습니다” 772-7071/이형복기자 bok@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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