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한국의 야생동물 가운데 호랑이, 늑대 등은 사실상 멸종된 지 오래다. 또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만도 43종에 이른다. 보호해야 할 동물은 151종이라고 한다.

까치와 청서(일명 청설모)를 제외하고는 개체 수를 조절할 만큼 과잉번식하는 동물은 그리 흔하지 않다. 야생동물들에게는 폭우·가뭄·폭설·지진·화산 폭발 등 자연재해보다 인간이 가장 무서운 천적이다.

불법 밀렵은 야생동물들의 최대 수난이다. 산돼지, 고라니, 너구리 등이 억센 올무(덫)에 걸려서 이를 빠져 나오려고 발버둥친다. 더러는 다리가 부러졌거나 목이 졸려 죽는 장면이 TV를 통해 생생히 보도되기도 한다. 보기에 실로 안타깝다.

일정 지역과 기간을 정해 놓고 개체수 증가에 따른 수렵을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야생동물의 잔혹사’다. 수십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전국의 산과 들이면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뱀·개구리·반딧불이·가재·잠자리 등은 깊은 산골이나 박물관에서 표본으로나 봐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무분별한 산림 개발과 환경 오염 등으로 먹이와 살아 가는 땅이 아주 척박해져 야생동물들이 살 곳을 점점 잃어가기 때문이다.

급작스런 산불은 야생동물들에게도 재앙이다. 강원도 지역은 특히 심하다. 지난 2000년 4월7일부터 9일간 강원 고성~경북 울진 동해안 지역에서는 생태계의 보고인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여의도 면적의 78배가 넘는 2만3천448㏊의 임야가 소실됐다. 산불로 나무와 숲이 사라지면 초식 포유류가 상당수 자취를 감추고 초식동물을 잡아 먹고 사는 ‘맹금류’들이 활개를 친다. 이런 일로 토끼는 간데 없고 살쾡이가 닭을 물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야생동물에 관한 잘못된 속설과 지나친 보신문화는 야생동물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그러나 야생동물의 피(혈액)나 고기를 함부로 먹으면 각종 기생충이나 잠복성이 강한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치명적인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야생동물이 살 수 없는 곳은 사람도 살 수 없다. 공생공존은 자연의 섭리다.

/임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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