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30대 주부의 사연

“너무 힘들고 괴로워 모든 것을 버리고 싶었습니다”

생활고를 비관한 30대 주부가 남편과 자식 앞으로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섰으나 모진 인연의 끈을 끊지 못하고 3일만에 경찰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 왔다.

지난달 29일 오전 11시께 박모씨(37·여·안산시 상록구 월피동)는 “다음 세상에선 빚도 없고 돈에 고통받지 않는 세상에서 만나자”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편과 두딸 앞으로 남기고 7살과 4살바기 아이와 함께 집을 나섰다.

“엄마가 큰 죄인이다. 엄마가 또 잘못을 저질러 너희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구나”로 시작된 유서는 “엄마도 너희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구나. 정말 죄송하고 미안하다 엄마를 용서하지마”로 끝을 맺었다.

박씨가 사채를 빌려 쓰게 된 건 남편 월급으로는 가족 6명이 생활하기에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초 남편의 실직으로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늦둥이 아들과 함께 죽음까지 생각하게 됐다.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난 2002년부터 10만~30만원씩 빌려쓴 사채 600만원은 박씨가 감당하기엔 너무 큰 액수였을까.

죽음을 생각한 박씨는 집을 나선 뒤 길거리를 해매다 아무 것도 모른 채 투정하는 아이들과 친정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출가한 딸에게 친정 엄마는 기가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결국 가족의 설득과 경찰의 노력으로 박씨는 집으로 돌아 왔지만 앞으로 더 많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 시대 박씨 같은 서민들이 겪고 있는 역경을 가족들과 함께 현명하게 극복하길 기대해 본다.

/구 재 원 (제2사회부 안산)

kjwoon@kg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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