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타고 투표하러 간다’는 영국의 해학적 선거관련 속담이 있다.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영국은 판도가 달라졌다.
맨체스터 같은 신흥공업 도시가 생겼는데도 선거대장에는 허허벌판 그대로였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이 선출되지 못했다. 반대로 이농으로 인구가 줄었는 데도 두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소도읍이 있었다.
심지어 지형이 바뀌어 바다에 잠긴 거리가 선거대장엔 살아있어 투표자들을 배에 태워 그 해상에까지 가서 배 위에서 투표케 하는 웃지못할 난센스가 있었다. 영국이 선거권 확대, 선거구 조정 등 내용의 선거법을 개정한 것은 1832년이다.
갓난 아이에도 선거권을 주자고 하면 해상투표와 같은 난센스라 할지 모르지만 지난 1일 독일 연방의회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국민은 성인들만이 아니라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유소년 인구도 포함돼 있다.
신생아를 포함하는 유소년에게도 선거권을 주어 어른이 될 때까지 부모가 대신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취지로 토론이 제안됐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었다. “부모가 아이를 대신해 투표한다면 그 아이의 뜻이 투표에 반영되겠느냐”는 것이다. 토론은 결론없이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의 생각대로라면 도대체가 아이의 선거관련 의사가 제대로 형성될 수 없어 공리공론으로 들리는 얘기다.
이런 데도 선진문명을 자랑하는 독일의 연방의회에서 정식 토론 의제로 오른 것은 희한한 일이다. 가령 우리가 출산율 장려책으로 미성년 자녀 수대로 부모가 투표권을 대리행사케 한다면 어떻게 될까, 물론 말이 안된다고 보아 야단법석이 날 것이다.
우리는 ‘노인이 미래를 결정해선 안된다’며 노인들은 투표하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하는 말이 나와 야단이다. 국내 노인들이 독일의 아이들 보다 못한 셈이 되는 잘못된 그같은 의식 또한 난센스이긴 하다. 난센스 치고는 지나치게 참혹하지 않은가 싶다.
/임양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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