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흥시 주민 괴롭히는 공단 악취

정부가 지난 1980년대 반월·시화공단을 조성하면서 기초자치단체에 지도단속권을 주지 않고 공해발생 예상업종을 대규모로 입주시킨 것은 실책이다. 공단에서 배출되는 매연 등으로 주변의 안산·시흥시 주민들이 숨을 못쉴 정도로 고통을 겪고 있어도 지방자치단체가 속수무책 상태인 이유다. 악취 배출업소를 대상으로 정밀조사를 실시하려 해도 지도·단속권이 없는데다 공장 인·허가권도 한국산업단지 공단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단 인근 신도시에 들어서면 영문을 알 수 없는 퀴퀴한 냄새가 진동한다. 하수구 썩는 냄새 같기도 하고 분뇨 냄새 같기도 하다. 고무 태우는 냄새도 나 두통과 구토증세가 생길 정도다.

안산·시흥시의 ‘악취민원’은 해마다 되풀이돼 왔지만 올해처럼 3~4월에 집단적으로 제기된 것은 이례적이다. 전에도 공단주변 악취가 풍겨 나왔지만 올들어서는 특정지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도시 전체로 번지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시화·반월공단의 5천700여개 업체는 화학·염색·도금·폐기물 등 오염물질을 다량배출할 수 밖에 없는 업체여서 당초부터 공해발생이 우려됐다. 현재도 오염정화시설을 제대로 갖출 여력이 없는 영세사업장이 80%에 달한다.

이 지역 환경단체들은 악취가 심해진 원인을 봄철 들어 바람이 잠잠하고 일교차도 심해져, 공단 배출 매연이 빠져 나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더구나 공장 매연의 이동 통로 역할을 했던 시화호 쪽 매립지에 고잔신도시 고층 아파트가 건설돼 악취 공해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단 단속권을 환경부로부터 일부 위임받은 경기도는 공단내 염색단지가 원인일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을 뿐 강력한 제재를 가하지 못한 채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또 초지동과 반월공단 사이 야산 농경지 1천여평에 거름으로 쏟아놓은 닭똥 때문이라고 밝혀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당국은 안산·시흥시 주민들의 고통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된다. 우선 경기도와 안산·시흥시 및 시민·환경단체가 참여하는 합동조사반을 구성하여 악취원인과 출처부터 분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환경부는 단속권한과 업소 입지제한 권한을 해당 지자체에 바로 이양토록 후속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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